신생 공업국 군의 선두주자라던-홍콩 경제 "허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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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대만·싱가포르와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선두경쟁을 벌이던 홍콩경제가 올 들어 숨차게 허덕이고 있다.
홍콩달러와 주식 값이 계속 떨어지고 수출증가율이 둔화되면서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나며 부동산경기도 침체상태다. 또 영국의 홍콩 조차기간이 1999년 7월1일까지 15년 9개월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 외국인투자의 부진을 초래하여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작년가을이래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홍콩 달러는 금년 봄에 좀 주춤했으나 여름부터 다시 떨어져 10월초 미화1달러 대 환율이 6·1 홍콩달러가 됐다. 홍콩경제사상 최저수준이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주식시장도 불안해 단속적으로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홍콩의 부동산가격과 건물임대료가 비싼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질이나 부동산투기도 올 봄부터 가라앉아 좀체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콩경제의 큰 기둥가운데 하나인 수출도 증가율이 둔화됐다. 79년에는 전년대비 37%, 80년에는 22% 증가했으나 올 들어 상반기(1∼6월)중에는 전년동기대비 14%증가에 머물렀다.
수입도 함께 증가율이 둔화됐는데 금년상반기의 공업원료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3%의 증가에 그쳤다.「가공무역센터로서의 홍콩」이라는 성격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의 무역적자는 79년에 99억 홍콩달러였던 것이 80년에는 1백34억 홍콩달러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 중 이미 1백4억8천만 홍콩달러를 기록, 지난해동기에 비해 37·6%가 늘었으며 연간적자총액은 2백억 홍콩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청은 지난9월 중순 홍콩경제의 올해 실질성장률을 10%정도로 전망했다. 그러나 민간경제인들은 잘되어야 6∼8% 정도라고 보고 있다.
홍콩달러의 약세로 자금의 해외도피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홍콩달러 하락에 대해 일부에서는『정상적인 조정과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보기도 하나 다른 한쪽에서는『통화하락은 경제실체의 악화를 반영한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홍콩달러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도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면 산업계의 목을 조르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홍콩 정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문제이의에 영국과 청조가 맺은 홍콩의 조차협정기간이 15년 뒤로 다가옴에 따라 홍콩경제는 증대한 전환점을 맞고있다.
등소평 중공 부주석은 79년3월 홍콩총독이 중공을 방문했을 때와 지난3월 영국외상의 방중 때 『장래 홍콩의 지위에 변화가 있어도 홍콩에 투자한 사람들의 이익은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 중공은 지금까지 홍콩에 약50억 달러를 투자했고 홍콩을 통해 상품교역을 함으로써 연간외화수입의 35%인 68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어 이 문제를 함부로 다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홍콩경제인들은 등소평의 단순한 구두약속만으로 자본가가 적극적으로 자기재산을 투자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며 외국투자가들도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의 외국인 투자가들이 홍콩에서 손을 털고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홍콩의 재산가들도 장래에 불안을 느껴 미국 등에 부동산투자를 하는 등 재산을 옮기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아래서도 홍콩 정청은 올해도 10%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홍콩이 대외무역에서 가장 많은 적자를 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 일 적자액이 2백11억1천4백만 홍콩달러로 재작년보다 69억3천만 달러나 늘어났다.
이 때문에 홍콩은 일본에 대해 좀 더 많은 투자와 상품구매를 요청하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동경, 내년2월에는 대판에 공업투자촉진 단을 보내 투자유치활동을 벌이고 구매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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