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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산이 늘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들어 시중자금사정이 다시 나빠지면서 기업의 부도사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은행장실에는 SOS를 쳐대는 기업주들의 방문이 잦아졌고 일선 지점장들도 9월 이후 대출신청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숫자로 봐도 서울지역의 부도율은 줄곧 0·08%선을 유지해오던 것이 9월 들면서 0·1%로 높아졌고 내림세를 보이던 사채시장 채권시장의 금리도 오름세를 보여 자금부족현상을 반영해주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8월에 2·35∼2·45%하던 사채금리는 9월 들어 2·6∼2·7%까지 크게 올랐고 공사채는 22· 5%에서 23·7%로, 국공채도 21·2%에서 22·7%로 각각 올랐다.
한 은행관계자는 지난 추석을 고비로 해서 중소기업들의 부도·도산이 현저하게 늘고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농촌지역을 상대로 의류·장화 등을 팔아온 청계천일대의 도·소매상과 중소 제조업체들의 부도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최근 회사관리 신청을 낸 태창목재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구조적으로 더 이상의 불황을 버터, 나갈 수 없어 기진맥진해서 쓰러지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최근의 부도동향을 분석했다.
일시적인 자금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예고 지표상으로는 경기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고 은행에서 나가는 것을 봐도 나갈 돈은 다 나가는 데도 이처럼 기업의 실상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이고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 원인은 은행돈이 풀려도 기업들이 그 돈으로 빚 갚기에 바쁘고 그 돈은 곧장 은행으로 빨려드는 현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9월 중 총통화(M2) 증가율은 24·7%(전년비)가「늘어났어도 은행에 저축성 예금한 것을 빼고 난 통화(M1)의 증가율로는 오히려 5·9%가 지난해 같은 때보다 줄어들었으니까 말이다.
또 실제로 기업사정이 좀 나아졌다 손쳐도 워낙 그 동안의 손해가 커서 손해가 좀 줄었다는 정도이지 가중되는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작년에 1억원의 적자를 본 기업이 금년들어 적자가 2천만원으로 줄었다고 해도 결국 전체 적자폭은 1억 2천만원으로 늘어나니 더 힘겨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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