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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붕 7 소구 시추 앞서 「귀유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일 상오11시. 오륙도가 바라다보이는 부산 감만동 부두에 때아닌 젯상이 차려지는가 했더니 어느덧 무당이 나타나 북과 꽹과리를 치기 시작했다. 멋들어지게 나비넥타이를 맨 미국 텍사스 사나이들과 영국 독일 신사들이 젯상앞으로 걸어나와 엉거주춤 긴다리를 구부리며 꿇어앉아 막걸리잔을 올린 후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다.
한일대륙붕 제7소구역의 시추를 나흘 앞두고 한국측 조광권자인 코암사가 부산보급기지에서 올리는 기유제광경이었다.
외국 조광권자가 우리나라에서 여러차례 시추를 했지만 고사를 지내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7소구역 시추를 맡은 코암사의 오철사장과 미국지질학자 「돈·벨」씨를 포함해 석유채취와 분석에 관한 선진 각국의 전문가·일본시추회사·일본석유회사 관계자등 80여명이 차례로 젯상앞에 나와 전통적인 고사를 지낸 것이다.
코암사는 석유분출의 염원을 풀기 위해 기유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꽹과리 소리에 맞추어 무당의 품이 절정에 이르자 이방인들은 막걸리잔을 높이 쳐들며 7소구역 현해탄을 향해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서 시루떡도 한입씩 잘라먹었다.
곧이어 젯상에 놓인 돼지머리가 바다에 던져졌다. 용왕님께 시추선의 안전과 행운을 빌며 모두 절했다.
7소구역에서 시추할 백룡 5호는 이미 일본을 떠나 2일 시추지점에 도착했다. 4일까지 3일동안 북위 30도23분12초, 동경1백26도27분33초 지점에 정확히 자리를 잡은 뒤 기후의 큰 변화가 없는 한 5일부터 시추에 들어간다.
부산의 보급기지와 제주도의 헬리콥터기지도 이미 정상가동을 함으로써 올해 대륙붕석유시추작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백룡 5호는 앞으로 90∼1백일동안 제주도 남쪽 3백km지점에서 시추작업을 하며 82년 정월 초에 그 결과를 .우리들에게 알려줄 것이다.
백룡 5호에는 코암사의 모회사인 해밀턴브러더즈사의 기술자와 일본시추회사 및 유럽각국의 전문가·한국기술연수생 4명·한국시추공 및 잡부20∼30명등 모두 80여명이 일하게 된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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