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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돈 흐름』어디서 조정하나|재무부 이재국·한은 자금부가 사령탑|정기적 협의 통해 5일 단위로 종합분석|수급 상 큰 교란요인은「해외부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특별시 세종로 82번지 경계기획원과 함께 쓰는 재무부 청사 7백7호『이재동 금융정책과』과장과 사무관 5명을 비롯해서 14명의 직원이 언제 봐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바로 그 옆방이 이 재국장실. 우리나라의 돈의 흐름을 총괄적으로 추적, 분석하고 그때그때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앙컨트롤 타워가 바로 이곳이다.
돈 흐름을 정리하고 조절하는 사령 실은 또 한군데 있다.
한국은행 자금부 통화 관리과. 과장을 포함해서 직원은 18명.
금융 정책과가 중앙에서 통화 신용 정책의 방향을 컨트롤하는 실무 정책을 말았다고 하면 한은 통화 관리과는 일선에서 돈의 흐름을 직접 관리·통제하는 기능을 갖고있다.
통화 신용 정책의 조절은 어느 한 군데서 독점하지 않고 재무부와 한은이 혐의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양쪽의 컨트롤 타워는 긴밀하게 업무 협조를 하고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말하자면 우리나라경제의 핏줄을 점검, 관리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다.
경기동향은 어떠한가, 현재의 통화 공급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기업의 자금 사정은 어떤가, 통화 조절을 어떻게 할 것인가….
60년대 후반부터 7O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금융정책과의 입김은 대단했다.
전체 적인 여신운용 계획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은행별 한도 배정 권까지 쥐고 있었다.
아무리 은행장이라도 금융정책과장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래서 잘 보이려고 무던히 경쟁을 벌인 때도 있었다.
그때는 한국은행을 재무대 남대문 지점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스스럼없이 오갔다.
이재국장의 세도(?)가 대단했던 것도 그 즈음의 일이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은 이재국장과 금융공책과의 권세(?)약화에서도 단연히 나타난다.
재무부가 하던 일 중 정책적인 사항을 빼고는 거의 전부 한국은행 또는 일반은행으로 넘어갔다.
요즈음은 은행장들이 금융 정책과를 찾아오는 일은 전무하고 이재국장 방에도 좀체 나타나지 않는 다. 그릴 필요성이 없어졌다.
일단 연간 또는 분기별 여신 운용 계획이 짜여지면 각 은행별로 배정하는 것은 한국은행이 한다.
여신 운용 계획 자체도 재무부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과 협의해서 작성하고있다.
최근 3∼4년 사이에 가속적으로 진행된 금융 자율화의 산물이다.
그래서 재무부 금융정책실무자들은 갖고 있는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는 독백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통화 신용 정책을 컨트롤하는 본래의 기능만은 건재하다.
다만 통화관리의 많은 일이 한국 은행으로 넘어가 『실무영역』이 줄었을 뿐이다.
통화 컨트롤타워는 연초에 그 해의 연간 계획을 세운다.
재정 안정 계획이라고 들려 왔었지만 지금은 통화 운용 계획이라는 용어를 쓴다.
연간 계획이 짜여지기까지는 우선 경제 기획원에서 경제 운용 계획 및 예산안이 확정돼야 한다.
그것이 나오면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 전망(GNP 디플레이터)에 맞추어 연간 통화 공급 수준을 정한다.
작년과 금년의 경우는 IMF(국제통화기금)와 통화 운용 계획을 사전에 혐의(IMF스탠드바이차관협정)해야하고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있다.
통화계획은 국내여신과 총통화를 주요한 기준으로 해서 각성되는데 정부부문·민간부문·해외부문·기타부문의 모든 요인이 종합 반영된다.
예컨대 무역적자가 심해 외화가 많이 유출될 때는 국내통화는 크게 환수되고 그 반대 ??현상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외부문이 통화조절에 큰 교란요인으로 되고있다.
일단 연간 계획이 세워지면 상반기·하반기(보통 4대6)로 안분 하고 그것을 갖고 다시 분기별로 운용계획을 세운다.
분기별 여신 운용 계획을 작성하기까지는 금융정책과가 한은과 협의해서 관장한다.
그 다음엔 한은 자금 부에서 각은 행별로 여신한도를 배정, 운용하도록 한다.
은행에서는 그것을 다시 각 점포에 배정하고. 그러나 컨트롤 타워의 기능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시로 체크하고 조절해야한다.
매주 목요일 점심때는 은행 집회소에서 재무부 금융정책과의 담당 사무관, 한은의 자금담당 이사, 각 금융기관의 여신담당상무가 모여 1주일간의 통정상황을 점검한다.
매월 둘째 번과 네째번 월요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금융정책과장, 한국은행 부총재, 각 금융기관의 전무들이 모여 좀더 고차원적인 논의를 벌인다.
그 동안 돈이 너무 나갔으면 이룰 줄이라는 주문이 정부와 한은 쪽에서 시달되고 은행 쪽에서는 애로사항을 건의하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또 한은 총재 주재로 금융기관 대표자 회의를 열어 금융업무의 현안을 협의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돈의 공급과 흐름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돈의 흐름은 매일 매일 파악하기가 어려워 5일 간격으로 종합· 분석하고있다.
금융 정책과 에는 전국 최고단급의 주산 9단의 베테랑 실무자가 배치되어 돈의 통계를 잡고있다.
5개 시중 은행을 비롯, 약 60개 금융 기관(33개 외국 은행지점포함)으로 부터 직접 전화 보고를 받아 집계한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보다도 더 빨리 통계를 잡아 때로는 한은 컨트롤 타워의 체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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