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과 믿음을 가꿔 나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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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언제나 인파로 붐비던 종로 길에 오늘따라 한산해 보인다.
보도 블록 일정함이 한눈에 들어와 제법 질서정연한 느낌이다.
지나온 스물네 해. 부모 덕에 어려옴이나 고생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그저 보도 블록 같은 일정한 삶도 올 가을 결혼이 갈림길이 될 것이다.
「결혼」- 20여 년간 서로 다른 환경, 다른 조건들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의 만남. 좀 더 생각이 넓어져야하고 많은 것을 포옹해야하며 예전과 다른 책임감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남남의 만남이기에 두려움도 앞선다. 함께 호흡하고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에 서서 매스컴에 비친 빗나간 결혼생활의 비극이 문득 떠오른다.
부인이 실직한 남편을 업신여기자 화가 난 남편이 집에 불을 지른 사건, 외박 잦은 남편과 싸움 끝에 아내가 자식들과 함께 동반 자살하는가 하면,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 낸 흉악 사건들엔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신학 공부를 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난지도 에서 쓰레기를 줍다 불도저에 치여 숨긴 현대판「순애보」에 안도의 한숨을 둘린다.
「독부」와「양처」의 갈림길은 무엇일까. 모두들 주위의 축복을 받으며 서로의 사람을 확인하며 시작한「두사람」의 인생일텐데 말이다. 남편과 아내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던 게 아닐까?
결혼은 현실이며 두 사람이 엮어 가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현실과 과정 속에는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꾸준한 사랑이 밑받침돼야 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 남편에 대한 믿음이 퇴색되지 않도록, 또한 꾸준한 서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모든 물질적인 가치를 초월한 사람.
그 부부간의 사랑이 요즈음 점차 형식으로 가려지고 결혼식자체가 하나의 삶의 방편으로 의식화 돼 가는 것은 아닐지….
결혼소식을 들은 친구들이『혼숫감은 무엇 무엇을 마련할거니?』하고 묻는데 서운한 생각이 든다.
정작 물어야할 것은 혼숫감이 아니라 남편 감에 대한 사랑의 양(양)과 그 사랑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느냐는 의지일텐데 말이다.
▲76년 서울여고 졸
▲79년 서울예전 졸
배 청 경(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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