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곡자급에 냉가슴 앓는 미국|″쌀 수입 늘려달라″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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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쌀농가들은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한국에 많은 쌀을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정이 달라져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재배면적도 늘렸을 뿐 아니라 보기 드문 풍작을 이뤄 해외수출이 재대로 안될 경우 값의 폭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성의 전망에 의하면 올해 미국의 쌀 생산량은 작년보다 22%증가한 8백만t(약5천5백20만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미국 내 전체 생산량의 약20%인 1백20만t(올해 도입분 포함)을 한국에서 수입해갔다. 수출에 재미를 본 농민들은 올해도 한국에서 많이 수입해 갈 것을 기대하고 쌀농사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평년작 이상을 기록, 거의 자급할 전망이다. 따라서 미국의 쌀값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한국정부측에 대해 쌀 수입을 늘려주도록 교섭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25, 26일에도 워싱턴에서 양국정부대표들이 만나 협의를 가졌다. 논의의 초점은 작년에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1백만t(실제는 68만t의 쌀을 수입해갈 수 있도록 양보해줬으니 올해는 과잉생산으로 고민하는 미국에서 쌀을 수입해 가라는 것. 미일 양국간에 맺어진 80년도 무역협정은 일본이 한국에 쌀 수출을 할 때는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있다. 일본은 생산가보다 싼값으로 쌀을 수출하기 때문이다. 당시 다급했던 한국정부는 미국쌀을 사는 대신 미국이 한국의 일본쌀수입을 동의토록 요청, 일본으로부터의 대규모 쌀 수입이 가능했다. 한국정부는 81년도에도 50만t의 쌀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키로 약속했었다. 금액으로 2억달러가 넘는다. 미국측은 우선적으로 이 약속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한국쌀 수출증대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캘리포니아의 쌀 생산 농민들보다는 남부지역 농민들이 더 타격을 받게 될 것 같다. 남부쌀이 주로 나가던 페루 등 남미지역에 질 좋은 캘리포니아산 쌀이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쌀값이 폭락전망으로 농민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미국정부는 쌀값이 46·36㎏당 10달러68센트이하로 떨어지면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되어있는데 올해 지원규모는 8천5백만달러내지 1억2천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비즈니스 위크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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