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밭 한 뙈기 없이 연 4억 캐는 양평 농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문산 기슭에 있는 조남상씨의 산양삼 농장에서 조씨(왼쪽)가 귀농인에게 재배 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강정현 기자]

땅 한 평 없이 연간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농부가 있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21년째 산더덕과 산양삼(山養蔘)을 재배하고 있는 조남상(62)씨다. 그는 땅 145만2000㎡(44만 평)을 빌려 이들 작물을 기른다. 조씨는 16년째 영농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문산 기슭. 이 일대 79만2000㎡(24만 평)은 조씨의 산양삼 농장이다. 1~7년근 산양삼 수백만 뿌리가 자라고 있다. 조씨는 산기슭에서 귀농인 3명에게 재배 방법 등을 설명했다. 그는 “10cm정도 땅을 판 다음 씨앗을 뿌리면 잘 자란다”고 말했다.

 최상순(59·경기도 가평군)씨는 “지난해 1월 귀촌 후 재배 작물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다 찾았다”며 “산양삼은 영농법이 까다롭지 않고 높은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작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양평군 서종면과 양동면 용문산 줄기에는 조씨의 산더덕 농장(66만㎡)도 있다.

조남상씨가 양평 농장에서 기른 산양삼(왼쪽)과 산더덕. 산양삼은 한 뿌리당 3만~4만원에 팔린다. [강정현 기자]

 농민의 아들인 조씨는 17살 때 어머니, 19살 때 아버지가 잇달아 세상을 떠나자 영농에 본격 뛰어들었다. 벼농사·밭농사 등 안 해 본 게 없었다. 하지만 소득은 신통치 않았다. 궁리 끝에 밭에서 주로 기르던 더덕을 산에서 길러보기로 했다. 한 때 화전민이 개간한 산에서 소규모로 더덕을 재배했던 경험을 되살렸다. 소유한 땅이 없어 산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다. 임차료가 밭의 10%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993년 문중 산 39만6000㎡를 빌려 나무를 베어낸 뒤 산더덕 재배를 시작했다. 더덕 씨앗 32kg들이 20포대를 산에 뿌렸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절반 정도는 싹을 틔워 잘 자랐다. 조씨는 “낙엽 퇴비 등으로 인한 비옥한 토양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은 지 5년 이후 수확했지만 판로가 없었다. 중국산 더덕이 밀려 들어와서였다.

 조씨는 체험행사를 열었다. 소비자에게 직접 기른 산더덕에 대한 믿음을 주고 판로도 확보하자는 차원이었다. 3만원을 내면 더덕 1kg을 캘 수 있게 했다. 생산량의 50%이상은 체험행사로 소비했다. 조씨는 1999년 농림부로부터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됐다. 노는 땅을 활용해 고소득 작물 재배에 성공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조씨는 2007년 산양삼 재배도 시작했다. 인삼 씨앗을 산에 뿌려두는 방식이다. 씨앗 가운데 30% 이상은 발아해 자란다. 조씨는 “산양삼은 더덕과 재배방법이 비슷한 데다 고소득 작물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양삼 3~4g짜리 한 뿌리를 3만~4만원에 판다. 산더덕과 산양삼 매출액 4억원 가운데 50%이상은 순소득이다. 그는 영농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산림청·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임업 후계자 교육과정에 조씨를 강사로 초빙한 게 계기가 됐다. 농장에 직접 찾아오는 귀농인 등에게도 노하우를 전수한다. 98년부터 지금까지 2만 여명이 조씨에게 영농기술을 배웠다. 이 중 억대 부농을 이룬 사람도 수십 명이다.

 조씨에게 영농법을 배워 10년째 산더덕을 기르고 있는 장기두(61·양평군 서종면)씨는 “3만3000㎡의 산에 더덕을 길러 연간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노는 땅에 친환경 고소득 작물을 기르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산더덕과 산양삼이 재배가 다소 쉽긴 하지만 귀촌해 농사를 지으려면 사전지식과 경험을 풍부하게 쌓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글=전익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