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치료하자면 의학은 물론 성악도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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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최초의 음성치료전문 음성언어연구소 소장 김기령 박사(56·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장). 음성치료전문가답게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김박사는 『생활여건이 전보다 많이 나아진 우리 나라도 이젠 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정상적이고 밝은 음성생활을 즐길 단계에 왔다』며 지금까지 소홀히 해온 음성관리가 연구소의 설립목적이라고 밝혔다.
김박사는 지난 4월 이비인후과에 음성치료실을 설치한 이래 그동안 3천5백만원을 들여 미국·서독·일본 등지에서 「소나그래프」 「스트로보· 스코프」등 음성진단기재를 도입, 최근에 음성 검사실까지 마련했다.
『음성치료를 하자면 의학은 물론 음악도 알아야합니다.』
김박사의 또 다른 활동분야는 그래서 성악.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이탈리아」 가곡의 심취자 이기도 하다.
45년 서울양정고를 졸업, 세브란스의대에 입학했던 김박사는 국내 최초의 오페라단 창설자인 이인선씨에게 성악을 사사, 대학졸업후인 58년에는 「한국오페라단」을 창설하기도 했고 한국음악협회회원이자 성악인 단체인 「한국벨칸토회」 회장(70년)까지 지낸 의학자이자 음악인.
「한국오페라단」시절 「토스카」 「팔리아치」 등 5개의 오페라 공연 외에도 「팔리아치」 「오텔로」 등 5곡의 오페라 대본을 번역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술환자 중에는 성악전공 여학생 1명을 비롯해 국내 남녀팝송 가수도 다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 김박사의 주장.
지난 4개월 동안 음성진단 및 치료 70여명에 수술만 20여명을 해온 김박사는 올해 말까지 60여명의 치료 및 수술스케줄이 이미 꽉 차 있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목이 쉬거나 쉽게 피로해 찾아오는 음악도 말고도 목소리가 중요한 생활수단인 초·종·고 교사, 교회목사, 또는 어린이들에게 심하게 야단을 치다 목소리를 버린 주부 등 각양각색.
김박사는 『목소리의 관리·치료가 중요한 것이지 탁한 목소리를 꾀꼬리 같은 좋은 목소리로 바꾸는 정형수술이 아니라 원래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되찾게 해주는 것이 음성치료』라고 강조했다.
김박사의 취미는 음악외에도 프로급의 사진과 골프. 저서는 『한국인음성에 관한 연구』등 음성에 관한 논문 다수가 있다. 부인 송왕춘씨(51)와의 사이에 1남1여가 있다.

<진창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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