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하크니스 발레학교 안무가 유정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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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에서도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해요. 자기가 좋고 미치지 않으면 도저히 못해요. 실력이 뛰어나도 자리가 없어 무용단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무용만을 하면서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저는 너무 행복한 거죠.』
한국 무용가로는 드물게 미국 직업무용단에 진출, 「앨빈·에이리」「소피·파스로」등을 거쳐 현재 뉴욕 하크니스·발레학교에서 안무가 및 교사로 활약하고 있는 유정옥씨(36).
어깨를 덮는 긴 생 머리에 낡은 진 바지, 그리고 운동화차림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춤만을 위해 헌신해 온 그의 생활을 말해 주듯 꾸밈이 없고 소박하다.
김백봉씨에게서 15년간 한국무용을, 임성남씨에게서 8년간 발레를 배웠다는 유씨는 이대(무용과) 재학 중에 이미 예그린 악단의 단원으로『살 짜기 옵 서예』『대 춘향 부』등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72년 아메리칸 발레센터의 장학금과 동아 무용 콩쿠르 금상입상, 장학금을 받게 되어 미국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그해부터 흑인안무가「엘레오·포마레」의 무용단에서 객 원으로 춤도 출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작품을 공연했지만「포마레」가 저를 위해 안무한「레이디·맥베드」역은 기역에 남아요. 20년 전「앨빈·에이리」가 안무한『신화』는 75년 제가 여주인공역을 맡아 재 공연했는데 적역이라는 칭찬을 받았어요.
여성체육학회 초청으로 도미 10년만에 잠시 귀국했다는 그는 체육학회가 주최하는 강습회에서 현대무용과 재즈무용을 가르쳤다. 한국 발레협회주최의 강습회에도 참가했다.
사교적인 성격이 못되는 데다 무용에만 몰두하다 보니 한국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는 그는 공개강습회를 열고 자신이 가야금 산조에 맞춰 안무한 현대무용『여심』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미혼.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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