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겸직 알선 어떻게 될까|「의원본업·겸직부업」돼야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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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이 추진하고있는 겸직활성화 방안이 곧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낼 것 같다.
국회의원 이외의 다른 직업을 갖지 앉은 의원들에게 국회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안에서 직장을 알선한다는 이 계획은 국회운영 기본방침과 더불어 당고위층의 확고한 결심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겸직활성화방안은 새국회상 정립과 관련해 ▲현행 국회법 정신에 따른 국회운영을 용이하게 하고 ▲의원들의 품위를 유지케한다는 이중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의 국회법은 기본적으로 겸직을 전제로 하고있다.
국회본회의의 하오 2시 개의는 그 전형적인 실례이고 상임위중심 국회운영도 어느 정도 이와 연관을 갖고있다.
그러나 현재 겸직신고를한 의원은 l백6명이고 실제로 시간에 얽매일 만한 겸직을 갖고있는 의원수는 그보다 적다 .그래서 겸직을 전제로한 국회운영에 여러가지 이견이 제기되곤 해왔다. 겸직확대는 이러한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줄수 있다.
또 의원이 겸직을 하고있으면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게된다는 점도 국회를 보다 실질적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과 부합된다. 즉 국회는 체제를 비판하거나 정부를 공격하는 「정치의 장」이기보다는 법률의 제정, 예산안의 처리등 실질적인 결실을 맺는 보다 실질적인 운영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극한적인 대결이나 정치과열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도 겸직은 활성화돼야한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만을 유일한 업으로 삼게되면 선거구를 지키기 위해, 또는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모략·중상도 서슴지 않게 되고 정치가 과열, 극단화하게 된다는 것이 민정당의 변함없는 발상이다.
겸직확대의 또하나의 이점은 여러 형태로 제기되고 있는 의원 품위격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의원주변에서의 청탁행위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구 관리비를 조달해야하고 선거빚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비이외 별도의 수입이 없는 의원들이 청탁행위등에 말려들 염려가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세비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겸직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묘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깨끗한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정부방침과 관련해 국회쪽에서도 의원의 품위에 대해 엄격한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겸직확대는 그전제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인위적인 겸직확대 조치도 그 나름의 문제점은 안고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겸직이 의정에 전혀 지장을 안줄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현재 겸직의원 중에는 의원직도, 다른 직장도 제대로 하고있지 못하다고 실토하는 의원들이 더러 있다. 민정당측은 겸직을 확대하더라도 「국회의원 본업, 겸직부업」의 원칙은 고수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본·부업간의 분리가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판단하기 어려우며 의원이 겸직쪽으로 기울면 국회의원직이 부업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정당측이 겸직을 권장하면서도 의원신분을 이용하여 겸직하고있는 직책수행을 위한 외국여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 대한 국민의 눈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 문제는 겸직확대조치가 정부와 민 정당이 거듭 강조해온 국회활성화와 과연 부합되는가 하는 점이다.
겸직의 확대로 의원들의 관심이 분산되고 국회가 「실무적」인 차원으로 굳어진다면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제대로 대변될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국회가 다양한 국민의 정치의사를 흡수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면 국회밖에 따로 정치적 관심이 계속 산재하게될 위험이 있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은 겸직활성화 방안에 대해 야당과 재계의 반응은 신중하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야당의원들 중에는 내심이를 환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회를 민정당의 윈칙대로 이끌어가려는 방안이라고 저항감을 느끼는 의원도 있는 듯 하다.
기업도 유력한 로비이스트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로도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귀찮은 정치문제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측도 없지않은것 같다.
결국 겸직확대는 시한을 둔 단기적 조치로 강행되지는 않겠지만, 납득할 수 있는 국회관의 정립 위에서 문자그대로 국회활성화와 연결되면서 운영될 때 보다 큰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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