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왕이 깔고 앉는 독립 상징 '야곱 돌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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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돌’(왼쪽?야곱의 돌베개)은 스코틀랜드 왕실의 3대 보물인 왕관·왕홀·보검과 함께 에든버러 성에 보관돼 있다. [스코틀랜드 관광청 홈페이지]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의 성엔 스코틀랜드 왕국의 상징물이 전시돼 있다. 1707년 잉글랜드와 합병 전 왕국이 사용한 왕관과 왕홀 등이다. 화려한 장신구들 사이엔 66X42.5X27㎝ 크기의 돌덩이도 있다. 이른바 ‘운명의 돌’로 양쪽 끝에 쇠고리가 달리고 표면에 십자가가 새겨진 사암이다.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이 베고 자다가 천사를 봤다는 돌로 알려져 ‘야곱의 돌베개’로도 불린다. 선지자 예레미야가 아일랜드로, 이후 스코틀랜드 왕이 스코틀랜드로 가져갔다고 알려졌다.

 이 돌을 놓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수세기 동안 싸웠다. 결국 1296년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가 전리품으로 챙겨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안치했다. 이후 대관식 의자에 설치돼 잉글랜드 왕 은 돌을 깔고 앉아 왕위에 올랐다. 잉글랜드에선 ‘대관식의 돌’로 알려진 이유다. 돌은 1950년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날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대 재학생 4명이 돌을 몰래 훔쳐 달아났다. 영국 경찰이 대대적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대학생들은 넉 달 만에 스코틀랜드의 한 사원에 돌을 갖다 놓았다. 1320년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선포한 곳이었다. 돌은 다시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옮겨졌 다. 그러다 1996년 영국 보수당 정부가 성난 스코틀랜드 여론을 달래기 위해 대관식이 열리지 않는 해엔 스코틀랜드에 보관키로 결정했다. 700년 만의 공식 귀환인 셈이다. 스코틀랜드 독립의 상징인 이 돌이 대관식을 위해 다시 여행할지는 18일 주민투표에 달렸다.

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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