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김세열<한강성심병원 영양화학연구실장>|어린이 비만(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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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배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고양이가 쥐를 잡는 풍조는 없어지고 애완동물로만 사육되고 있다.
일부 한국의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호사스런 음식만 먹고 운동을 않다 보니 이빨마저 엉성한 종이고양이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생선가시가 목에 걸린다고 무른 음식만 주다보니 칼슘부족으로 의자에서 떨어져도 다리가 부러지는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고양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몸속에 들어간 칼로리가 써버리는 칼로리보다 많으면 몸 속에 자꾸 축적될 수밖에 없다.
근년에 들어 대도시의 등교시간에 학교 앞을 지나다보면 거구를 뒤흔들면서 학교에 가는 어린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들이 자랐을 때 언젠가는 부모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릴 때 생긴 지방세포수는 줄지 않는다. 지방세포 수가 많은 어린이가 자라면서 정상체중을 찾더라도 이는 세포의 크기가 준 것이지 숫자가 준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성인이 돼서 다시 소비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공급하면 비대해지고 고혈압·당뇨병·동맥경화 등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 어린이 비만증은 운동신경을 둔화시켜 민첩한 동작으로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을 할 수 없게 되고, 운동을 기피하다보니 더욱 비만해지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어린이의 비만은 유전적인 소질과 환경적인 것이 있는데 후자의 것은 식사조절과 운동으로 교정이 가능하다.
40g짜리 초컬리트 1개가 2백칼로리로 밥 한 공기의 1백40칼로리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하루 3끼 밥 한 그릇씩을 다 먹게 하고 간식·야식 등을 주는 부모가 있다. 거기에다가 유제품·청량음료 등을 통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지만 집안에서 TV나 보고 독서로 일관하는 도시어린이들은 비만해질 수밖에 없다.
계속 공부를 하라는 부모의 요구도 큰 스트레스로, 어린이들은 이러한 욕구불만을 음식을 먹는데서 푸는 경향마저 있다.
비만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신장과 체중의 표준치를 찾아야 한다. 한국어린이의 표준체중은(신장-100)×0.9의 공식을 쓴다. (자신의 체중÷표준체중)×100=비만도로서 비만도가 90∼110이면 정상이고, 110∼l20이면 비만경향, 120이 넘으면 비만으로 간주한다.
어린이가 비만에 걸리면 먼저 심리적 타격을 받게되므로 식이요법과 병행해 심리요법의 지도도 같이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린이의 식사내용은 탄수화물이 많으므로 이것을 줄이는데 주안점을 두어 하루의 분량을 4∼5회에 나누어주도록 하고, 공복감을 메우기 의해서는 야채나 당분이 적은 과일로 한다. 염분이 많은 식사는 당질식품을 당기게 하므로 가능한 한 싱겁게 조리하는 쪽이 좋다.
그러나 한참 자라는 아이의 음식을 제한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로 부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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