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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바쁜 나라 … 초청행사 다 갔다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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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는 “호주는 미국 외 한국과 유일하게 국방·외교장관 회담을 정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간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교류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이번 주 북한을 방문해 지원식량이 제대로 분배되는지 살펴보려고 했으나 북한 외무성의 비자발급 거부로 입국하지 못했다.”

 북한 대사도 겸임하는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는 4일 서울 종로 호주대사관에서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방문이 거부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이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주변국을 위협하고 자국민을 학대하는 김정은은 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한 보복차원이라고 한다.

 그는 “호주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인권에 대해 우려하는 만큼 북한과 대화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북한 방문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4년 이후 인도적 차원에서 8500만 달러(약 865억원)를 지원했으며,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식량의 분배와 감시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호주는 한국과 1961년, 북한과 74년 각각 수교했다.

 패터슨 대사는 “최대 현안은 한국·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라며 “올해 말까지 한국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호주 정부는 지난 4월 FTA에 서명했으나 한국 국회에서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 그는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전자·기계·자동차 등의 관세율이 즉시 0%로 떨어지는 만큼 일본·중국산과 경합하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호주도 지난 4월 FTA에 서명해 일본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국회가 한국보다 먼저 호주와의 FTA를 비준할 경우 한국산 제품 판매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패터슨 대사는 “호주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한국과 2+2(국방·외교장관) 회담을 정례적으로 갖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호주 각료들이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반면, 한국 장관들은 호주를 거의 방문하지 않는데 두 나라 협력을 위해 한국 정부 차원의 교류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패터슨 대사는 “한국은 매우 바쁘고 격렬하며 일이 많은 나라”라며 “초청된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가는 몸이 여러 개라도 감당이 안 돼 초청 행사의 4분의 1 정도만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 성북동 관저 인근의 북악스카이웨이를 산책하는데 산책하는 주민들과 서로 안부를 묻는다”며 “이번 가을에는 서울 성곽길을 탐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와서 클래식과 재즈, 대중음악 공연에 자주 간다”며 “평창 대관령국제음악제에는 2년 연속 참석했는데 한국의 수준 높은 음악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이어 “이 음악제에 호주 음악가들이 참석하지 않은 게 아쉬워 대회 조직위에 이야기했더니 이를 긍정 검토키로 했다”며 “오늘(4일) 첫 기타 연주 음반을 내는 존 워커 한국매쿼리그룹 회장 같은 호주인이 음악제에 초청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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