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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만원짜리 춘란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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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한국 춘란이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서 실시된 한국춘란 공개경매에서 ‘단원소’ 품종의 춘란이 5300만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되었다. 종전에는 춘란이 음성적 시장에서 비정상적으로 거래된 결과, 애란인과 유통인 사이에서 가격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거래과정 또한 투명하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aT가 최초로 춘란을 제도권시장으로 흡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전자경매를 실시한 것이다. 이는 아시아권에서도 최초로 전국에서 300명이 넘는 난 애호가와 일본, 대만, 중국 등의 해외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aT는 이번 한국춘란의 첫 경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매월 1~2회씩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고액의 경매 낙찰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2500억원이 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약 50만 명이 넘는 춘란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춘란을 취급하는 전문점도 200여 곳이 넘고 유통인도 2000여 명을 훨씬 넘는다. 한국 난의 가치를 제대로 상품화할 경우 시장규모는 연간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춘란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한국춘란 중에서도 소장 가치가 탁월한 품종인 중투호, 복륜소심 등의 경우 1촉당 가격이 수천만원을 상회한다. 품종 특성이나 종의 보전 등 원예산업적 가치도 매우 높다. 이번 춘란 경매에는 원예 종사자뿐만이 아니라 도시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춘란재배는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이 필요하지 않아 주부나 직장인, 고령화시대의 은퇴자들에게 좋은 소득작목이다.

 비제도권에서 거래되던 춘란을 제도권 시장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하였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면 농업 분야에 제2, 제3의 춘란이 즐비하다. “농업이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사르코지 전 프랑스대통령이 강조했다. 우리 농업부문에 숨어있는 자원을 찾아내어 ‘대박농업 시대’를 열어가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