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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심신의「리듬」이 깨지기 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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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철은 기온과 습도가 높아져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인데다 파리·모기가 들끓기 쉽고 전염병과 식중독에 걸릴 위험도 많은 계절이다. 불쾌지수도 높아 위장장애가 많아지고 신경통·관절염 등도 악화되기 쉬워 건강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장마철의 건강관리에 관해 관계 전문의들에게 알아본다.

<생리의 변화>
비가 오기 1∼2일전부터 상처나 수술자리가 쑤시거나 신경통·관절염 환자의 온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한다. 기분이 저조하고 짜증이 나며 남과 싸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태는 비가 내리는 동안에도 계속된다. 이 같은 증세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사람은 하루 동안 1만ℓ의 공기를 호흡한다. 이 공기는 태양에서 내리쬐는 방사선과 지열 등에 의해 분해되어 플러스 전기를 띤 성분(양이온)과 마이너스 전기를 띤 성분(음이온)으로 나누어진다.
사람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공기 1cc중에 1천∼2천개의 이온이 있어야하고 양이온과 음이온의 수는 5대4의 비율이어야 한다. 이 상태가 쾌적하고 청명한 공기에 해당된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거나 비가 내려 습도가 높아지면 공기 중에 있던 음이온은 서로가 응집되고 먼지나 미세 입자에 둘러싸여 전기를 잃게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양이온이 많은 공기를 마시게 된다. 양이온이 많은 공기는 비 내리기 1∼2일전부터 몸 주위를 둘러싸 몸이 찌뿌듯해져서 일기예보 증세를 나타내게 된다.
양이온이 땀구멍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몸에서 세로토닌과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의 분비가 촉진된다. 세로토닌은 정신 및 신체활동을 억압하고 신체의 컨디션을 유지시켜주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억압한다. 히스타민은 통증을 유발하는 성질이 있다.
양이온은 또 갑상선 기능을 지나치게 자극시켜 땀이 나고 손발이 떨리며 정신불안 상태와 피로에 빠지게 된다.
4명중 1명은 이같이 양이온에 대한 과민반응을 나타낸다는 통계도 있다.
비가 오면 몸이 아프거나 기능이 저조해지는 사람은 이처럼 양이온 과잉형이기 때문이다. 또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은 양이온 과잉형 바람이기 때문에 두통·불쾌감을 유발한다.
따라서 장마철에는 마음을 느긋이 갖도록 자신의 성격을 컨트롤 할 필요가 있다.

<잘 걸리는 질병과 예방 대책>
장마철에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은 수인성 전염병과 식중독. 장마철의 고온 다습한 공기는 세균이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오물 처리장과 재래식 화장실·폐수 등에 물이 괴어 빨리 빠지지 않고 지하수에까지 오물이 스며들어 전염병이 급속도로 전파되기 쉽다.
식중독은 음식에 세균이 번식, 독소를 만들어내고 이 독소가 음식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 2, 3시간∼24시간 내에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것. 식중독에 걸리면 복통·설사·구토에 높은 열과 두드러기가 난다. 설사의 20%는 식중독이 원인이다. 음식점 조리사의 손가락이 화농했을 때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비브리오균·살모넬라균·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이 많다.
최근에는 멸균이 제대로 안된 통조림에 포도상구균이 오염돼 생기는「선진국형 식중독」도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형 식중독을 일으키면 보통 식중독에서 생기는 증세 외에 뇌신경장애와 호흡장애도 나타난다. 이질·장티푸스·파라티푸스·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은 오염된 음료수를 마심으로써 감염된다. 병세가 위중한 법정 전염병이므로 철저한 예방과 치료가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특히 음료수가 오염되기 쉽고 예방 주사약이 모자라는 농어촌에 급속히 번질 우려가 있다.
이들 질병을 막기 위해선 ▲손을 깨끗이 씻고 ▲파리·바퀴벌레를 박멸하며 ▲음료수를 끓여 마시고 ▲날 것을 먹지 말고 ▲배설된 변을 위생적으로 처리해야한다.
특히 요리하기 전후에 식기·도마·행주 등을 깨끗이 씻고 조리하는 사람의 손도 깨끗이 씻는다. 섭씨 10∼60도에서 세균 증식이 가장 잘되므로 식품은 섭씨 5도 이하에서 보관하도록 한다.
냉장고를 너무 과신하지 말고 남은 음식은 빨리 처리해야한다.
장마철에 가장 악화되기 쉬운 질병은 신경통, 류머티성 관절염이다. 장마철에는 대기의 성분과 기압이 변하는데다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통증을 덜기 위해서는 환부를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게 좋다. 진통제 등을 함부로 쓰는 것은 좋지 않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을 오래 쇠지 않도록 한다.
장마철에는 불쾌감이 높아지므로 위산분비가 줄어 소화가 잘 안 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져 고혈압·위궤양 등이 악화되기 쉽다.
기온이 높아지면 우리 몸은 땀을 분비해 체온과 자율신경을 조절하게 되지만 장마철에 습도가 높아지면 땀이 증발되지 않고 체온 조절 중추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신체기능이 저하되므로 질병이 악화되기 쉽다.
통계적으로 볼 때 습도가 70%면 다소 불쾌감을 느끼고, 75%면 반 이상이, 79%면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하게 느끼며 80% 이상이면 모든 사람이 매우 불쾌하게 느껴 질병 악화와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마철에는 목욕을 자주해 상쾌감을 높이고 적당한 운동을 해서 컨디션을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비가 온다고 하던 운동을 중단하면 신체의 균형을 잃기 쉽다.
옥외에서 운동을 할 수 없으면 실내에서 체조·물구나무서기·아령·팔굽혀펴기 등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좋다. 비가 하루쯤 걷히면 조깅을 해 활력을 주고 기분을 전환시켜 준다.
덥다고 방문을 너무 열어놓으면 밖의 습기가 실내로 들어와 눅눅해져 불쾌감을 높여준다.
장마철에는 곰팡이 균이 번식, 피부병에 잘 걸리므로 목욕을 자주하고 속내의도 자주 갈아입는게 좋다. 특히 옴 등 피부병이 번지고 있는 요즘에는 청결한 피부를 유지해야 한다.
이밖에 결핵균이 활성화하기 때문에 결핵 환자는 과로를 삼가야한다.
(도움말 주신 분=이양종 고려병원 내과과장·윤방부 연세대의대 교수·정문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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