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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귀지(3) 이비인후질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들의 귓속에는 구멍의 입구부로부터 고막이 있는 부위까지의 사이에 외이도가 있고. 이 외이도의 바깥 3분의 1을 연골부라고 해서 그 피하조직 속에 귀지선, 땀을 만들어 내는 한선, 피지선 등이 있어서 이들이 탈락된 피부와 함께 귀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귀지는 대부분 건조한 조각조각의 것이나 드물게는 물귀지라고 해서 엿처럼 끈적끈적한 갈색의 귀지를 가진 사람도 있다. 간혹 이것을 중이염으로 인한 고름으로 잘못 알고 고민하는 사람이나 치료를 요청해 오는 사람도 있는데, 병적인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귀지는 음식물을 씹는 동작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귓구멍 밖으로 배출되지만 외이도에 피부염이 있든지 해서 피부탈락이 많아지면 큰 귀지덩어리를 만들어서 귓구멍을 꽉 막는 수가 있다.
흔히 귀지를 제거해 내기 위해 귀를 후비게 된다.
외이도 피부에 심한 자극이 가해지지 않도록 가볍게 후비면 별 탈이 없으나 대개는 귀를 후비면 감각신경이 적당히 자극을 받아 시원하기 때문에 귀지가 없어도 귀를 후벼대는 습관이 붙게된다.
때때로 어린애의 귀지를 후벼내기 위해서 날카로운 귀후비개를 집어넣다가 아이가 갑자기 움직여서 외이도 피부는 물론 불행하게도 고막에 구멍이 생겨 찾아오는 부모를 보게된다.
이때 좁은 귓구멍에서 많은 출혈이 되기 때문에 당황해서 종이조각이나 천 조각으로 막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한 자극으로 한층 증세가 악화되는 수가 있어 차라리 그대로 두는 쪽이 좋다.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자주 귀를 후비다보면 피부에 자극을 주어 분비물이 과잉 배출하게 되고 그 결과로 큰 귀지덩어리가 생겨 귓구멍을 막으면 귀에서 소리가 나고, 잘 안 들리고 귀가 아픈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집에서 이를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이비인후과를 찾아가서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발소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의 귀를 후비던 귀후비개를 소독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여 이진균증이라는 곰팡이에 의한 외이도염이 전염, 치료가 찰 되지 않는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가려움증이 심해지면서 두꺼운 딱지가 외이도 피부뿐만 아니라 고막표면까지 덮이게 되어 청력장애와 함께 귀가 울어대는 이명 증상도 나타난다.
귀지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되지는 않으므로 될 수 있으면 귀를 후비는 습관을 붙이지 말아야한다.
여름철에 산이나 바닷가에서 잠을 자다가 곤충이나 벌레 같은 것이 귓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때는 불빛을 귓구멍 입구부에 대줌으로써 곤충이 바깥으로 빠져 나오도록 유도 하든가, 알콜이나 올리브유 등을 집어넣어 곤충을 죽도록 한 후 전문의를 찾아가 제거해 내도록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귀에 이상이 있으면 자꾸 후비지 말고 경중에 관계없이 일단 이비인후과를 찾아가도록 권하고싶다.
문영일(이대부속병원 이비인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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