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대통령의 이공계 살리기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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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과학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를 제2 과학기술 입국의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盧대통령은 특히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진흥에 관한 盧대통령의 의지를 평가하며 국민들과의 이날 약속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꼼꼼한 실행계획을 세워주길 주문한다.

말 그대로 현대는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과학기술은 국민을 먹여 살리는 힘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구호가 아닌 생존과 번영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세계 12위권 경제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기만 하다. 벌써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개선될 기미가 없다.

청소년의 장래 희망 조사에서 '과학기술인이 되겠다'는 응답이 0.4%에 불과하고, 대학 수능시험 지원자 가운데 자연계 비율이 27%까지 떨어지는 풍토에서 과학기술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공계 기피는 과학기술인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민간부문을 합한 연구개발비는 일본의 13분의 1, 미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학비.연구비 지원에서 보수.취업에 이르기까지 푸대접을 받아가며 누가 힘든 과학기술인의 길을 가겠는가.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 가운데 과학기술계 출신의 비율이 국회의원 8%, 3급 이상 공무원의 16%, 상장회사 대표이사의 26%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공계 출신의 다양한 경력자들이 공직에 진출함으로써 이공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공직을 통해 지식기반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들이 국가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해 행정 관료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나아가 공직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공계를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과학의 대중화와 생활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한층 높아져야 한다. 특히 초.중.고 시절부터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풍토를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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