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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에 생각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민족사상 그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되새기게 하는 6·25동란이 발발한지 어언 31년을 맞는다.
불행한 기억은 빨리 잊을수록 좋은 법이지만 해마다 우리가 이날의 비극을 상기함은 다시는 이 같은 엄청난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다짐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다.
이날을 맞을 때마다 우리는 전쟁을 관념적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된 다. 인간이 인간을 부정하고 인간이 쌓아올린 문화와 문명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것이 전쟁이다.
더우기 6·25는 동족간에 벌어진 전쟁이었기에 그 비극성은 한결 처절했다. 무엇인지조차 잘 알지도 못하면서「사상」이 다르다고 형제끼리, 친구끼리 총부리를 겨눈 그 비극을 두고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참극이 다시는 이 당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우리의 안보태세를 한결 굳건히 하는 다짐이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6·25는 우리의 방심과 안일, 그리고 무지가 부른 참화였다. 38선에서 울린 한방의 총성이 북괴군전면남침의 신호인줄조차 몰랐던 그날의 무지와 방심이 마침내 무려 4백만명의 인명피해와 조국강토의 초토화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했다.
다행히 미국을 비롯한 우방의 도움으로 3년여의 전쟁은 휴전이란 형태로 끝나기는 했으나 지금 우리와 대치하고있는 적은 그때와 다름없는 김일성집단이며 무력적화통일이란 그들의 야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지금의 우리 나라는 3일만에 수도를 잃고 낙동강까지 밀리고만 그때의 대한민국은 아니다. 반공정신으로 무장한 우리국민은 이제 적의 어떤 도발도 격퇴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되었고 그들을 압도하는 경제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우리국군의 전투력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으며「초전박살」의 결의에 차있다.
그렇지만 북괴의 오판에 의한 도발가능성은 언제고 있다. 우리에게 조그마한 틈만 보이면 언제든지 재침하려는 채비를 완전히 갖춰놓고 있는 그들이다. 그것이 북한공산주의 집단의 본질이며 실체인 것이다.
입으로는 평화통일이니「고려연방공화국」이니 평화적구호를 뇌까리지만 그들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명명백백하다.
「7·4공동성명」에 따라 남북조절위회담과 남북적십자회담을 진행하면서 뒤로는 남침용 땅굴을 판 수법이 이를 잘 증명한다.
최근 들어서도 그들은 대화만이라도 트자고 한 우리의 「1·12및 6·5제의」는 외면한 채 엉둥한 대남비방만을 일삼고있다. 내외통신에 따르면 각급 조직과 단체 그리고 선전기관을 총동원, 6·25가 한미에 의한 이른바 「북침전쟁」이었다고 왜곡선전하면서 『미제와 남한도당에 천백배로 복수할 것』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본질은 세가 불리하면 대화를 제의하여 시간을 벌면서 무자비한 침략전을 감행하기 위한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자는 것임을 직시해야한다.
따라서 안역하고 피상적인 안보관이나 6·25를 모르는 젊은세대들의 환상적인 북한관은 특히 경계해야한다.
오늘의 북한공산집단은 엄밀한 의미에서 공산주의의 보편성에도 어긋나는 원시적인 족벌독재정권에 불과하다. 6· 25당시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김일성이 노쇠하고 예측불능한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했다는 것 뿐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북괴의 모험주의적 특색이 앞으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6·25」와 같은 엄청난 참화는 결코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일은 말로만 되지는 않는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북괴의 오판을 부를 소지, 가령 우리 내부의 국론분열이나 안이한 안보관·생활태도 등은 철저히 배격되어야한다.
그날의 비극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함으로써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새롭게 하자. 31년째「6·25」를 맞는 우리의 소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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