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안여객선 공영제로 세월호 재발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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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140일 만에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적자 항로나 낙도 항로 여객선에 공영제(公營制)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연안여객선사의 열악한 경영환경이 안전문제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으로 보고 공영제 도입을 검토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 63개 연안해운사 중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영세 선사가 40개 사(63%)에 이른다. 국제해운사는 대기업까지 참여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데 비해 연안해운사가 영세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지속적인 가격 규제를 해왔다. 인천~제주 항로(430㎞) 여객선의 3등석 요금은 6만5000~7만1000원으로 거리가 더 짧은 인천~중국 웨이하이 항로(341㎞) 여객선 이코노미 요금(11만원)보다 훨씬 싸다.

 경영 여건이 나쁘니 선원들의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안 여객선원의 평균임금은 309만원으로 외항 여객선원(417만원)보다 훨씬 적다. 그나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연안여객선사는 비정규직·고령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다. 승무원들의 안전 교육비로 연간 불과 54만원을 쓴 청해진해운의 사례에서 보듯 안전에 거의 투자를 안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낡은 선박을 새 배로 교체하는 일은 영세한 연안해운사엔 꿈 같은 얘기다.

 정부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공영제 대안을 만들 계획이다. 캐나다처럼 연방 정부가 직접 적자 항로를 운영하는 방안부터 업자들에게 합리적인 이윤을 보장해주고 안전 감독을 강화하는 준공영제 방안까지 다양한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부가 지원과 투자를 늘리는 대신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지키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자들이나 선원들이 안전규칙을 위반할 경우엔 퇴출시키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금은 ‘눈먼 돈’으로 변질돼 업자들과 부패한 공무원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정부는 적자를 내는 26개 연안 항로에 결손보상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자들의 경영 개선 노력이나 안전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입된 지 10년 된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매년 상당한 시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과속·난폭 운전·신호 위반·개문발차(開門發車) 등 과거 시민들을 위협하던 안전문제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버스 운전기사가 2년 내 3회 이상 안전 사고를 내거나 규칙을 위반하면 퇴출시키는 ‘삼진아웃’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안여객선 공영제는 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연안여객선에도 국제해사기구(IMO)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준수 여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또 안전은 공짜로 보장되는 게 아니며 이를 위해 들어가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