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겐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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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주부들은 한 주일중 꼭 하루만은 신문을 본다. 목요일 석간이나 금요일 조간. 명배우의 일대기라도 실리는 날 같지만 그렇진 않다.
미국의 신문은 이날이면 예외없이 바겐세일광고를 싣고있다.
이런 날의 신문은 한 보따리는 된다. 거의 l백페이지 가깝다.
신문만 요란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세일장에 가보면 사람들로 메워진다. 까닭이 있다.
정말인가 싶게 값이 싸다. 어제까지도 5달러의 딱지가 붙어있던 콜드크림에 2달러 95센트의 새 딱지가 불어있다.
미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신문을 보아도 주말이 가까우면「솔드」(Sold)라는 주먹만한 글씨가 등장한다. 역시 세일이다.
인상적인 것은 광고문구다. 3일간! 혹은 오늘 하루만! 등의 문구가 돋보인다.
고객을 끌어들이는 하나의 강박감을 주려는 것이다.
물론 백화점만의 일은 아니다. 크리스티앙·디오르, 랑뱅, 샤롤·주르당, 구치, 셀린, 카르댕 등 명품들도 빠지지 않는다. 평소에 쇼윈도나 기웃거리던 주부들도 이런 솔드의 날은 마음먹고 들어갈 수 있다.
신용점인만큼 솔드라고 허드레상품만 내놓지는 않는다.
바겐세일은 워낙 백화점에서 생각해 낸 상술이다. 유행품이나 계절품들은 시기를 놓치면 뒷전으로 밀려나 사장되기 쉽다. 백화점은 공연히 이들을 창고에 쌓아놓고 이른바 유통재고로 묶어둔다. 같은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유행품의 경우는 기약도 없이 방치된다. 보관료도 적지 않지만 막대한 자금도 묶여있는 셈이다.
이런 문체는 벌써 백화점의 시조인 미국의 「A· T·스튜어트」때부터 생겼다. 백화점주인 미국의「워너메이커」도 그랬다.
재고정리를 목적으로 「클리어런스·세일」을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의 바겐세일로 변모한 것이다.
바겐세일은 재고정리의 의강도 있지만 요즘은 박리다매의 상술도 된다.
다만 그것이 한 점포에서 너무 잦으면 「신뢰」에 손상을 줄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파리의 유명백화점, 이를테면 「프랭탕」이나 「갈르리·라파이에트」등은 연2회, 1월과 6월에만 전관오픈세일을 한다. 그러나 부분솔드는 연중 계속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바겐세일이 때없이 시비의 대상이 되어 끝내는 공정거내위의 규제까지받게 되었다고 일부 엉터리바겐세일이 빚어낸 불신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선의의 상술이나 선의의 고객은 공연히 손해를 보는 면도 없지 않다.
더구나 불황기일수록 소비심리를 일깨워주는 것이 좋다. 소비 없이는 생산도 있을 수 없 다. 경기회복에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적어도 불황기만은 삼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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