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6대 독자를 유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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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0일 상오8시30분쯤 서울 대림1동 912의92 주택가 골목길에서 이 동네 이원직씨(36·계란 도매업·서울 대림1동 917의33)의 6대 독자 헌석군(3)이 20대 여인에게 끌려간 뒤 만5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어 경찰이 유괴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유괴 당일 현장을 목격한 헌석군의 누나 은주양(6)에 따르면 이날 아버지의 점포가 있는 대림시장으로 동생과 함께 가려고 집에서 50m쯤 떨어진 골목길 네거리에 이르렀을 때 25∼26세쯤으로 보이는 여자가『이리 오너라』고 손짓을 했다는 것.
20대 여자는 이들 남매가 머뭇거리자 다가와 헌석군만을 등에 업은 뒤 큰 길쪽으로 뛰어갔다고 은주양은 말했다.
은주양은 동생 헌석군이 여자 등에서 버둥거리다가 떨어뜨린 밤색 샌들 한짝만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이 사실을 어머니 김동남(37)씨에게 알렸으며 김씨는 즉시 큰 길쪽으로 뛰어나갔으나 헌석군과 20대 여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관할 대림 파출소에 신고했다.
한편 헌석군이 유괴된지 6시간만인 이날 하오2시20분쯤 헌석군의 집에는 20대 여자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고 13일에는 남자 목소리의 전화가 두번 걸려왔다.
유괴 첫날 전화는 헌석군의 아버지 이씨가 수화기를 들자『애 잃어버린 집이요?』하고 물어『그렇다』고 대답하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13일 남자 전화는 20대의 약간 더듬거리는 말씨였으며 하오8시30분쯤 첫 통화에서『아이는 보호하고 있다. 아이가 너무 울어 동네 아주머니들이 달래고 있다. 아무 것도 안 먹어 무척 야위었다』고 말해 이씨가『그럼 지금 곧 만나자』고 하자『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첫 전화 10분쯤 뒤에 같은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와『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하자』고 제의, 이씨가『헌석이만 무사히 돌려 보내주면 보답하겠다』고하자『보답같은 것은 바라지 않는다. 1주일 후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씨는 지난 5월20일 전화를 새로 달았기 때문에 가까운 친척이나 단골 거래처 외에는 전화 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림1동 파출소에 수사 본부를 설치한 경찰은 ▲범인으로부터 돈을 요구하는 내용의 전화가 한번도 없었으며 ▲유괴 대상인 헌석군의 집안 형편이 돈을 요구할 만큼 부유하지 못하다는 점 등으로 보아 원한 또는 아이가 없는 가정에서 유괴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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