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에 뛰어난 학생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다-중학생 국제학력조사결과 밝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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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의 중학생은 수학·과학분야에서 우수아의 숫자가 외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서울대사범대학 정연태 교수(과학교육)팀이 분석한 『중학교 수학·과학과목 국제학력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평균점에서는 상위에 들지만 특출한 우수아의 수는 일본·영국·이스라엘보다 훨씬 떨어져 과학한국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과학분야에서의 대발견·발명은 보통사람 여럿보다는 소수의 우수한 사람의 두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과학교육의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정 교수 팀은 80년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은 2학년생 2천8백40명, 과학은 2, 3학년생 3천5백98명에게 시험을 실시,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를 내 놓았다. 이때 사용된 문제는 「국제교육성취도 평가협회」(IEA)가 다른 나라에서 실시했던 표준문제였다. IEA는 지난 69년 영국·서독 등 선진12개국을 대상으로14∼15세 아의 수학학력을, 이란·인도 등 개도국을 포함한 17개국 15세 어린이에 대해서 과학학력 조사를 실시한바 있다. 다음은 다른 나라와 비교한 과목별 학력조사의 내용-.

<수학>
표본 학생들은 시·도별로 골고루 배정, 78 학교에서 중2년생에게 동시에 실시했으며 자료 중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제외됐다. 시험문제는 총70문항으르 만점은 70점.
시험결과 평균점은 29·9점으로 국제평균치 23·9점에 비해 6점이나 높았으며, 이스라엘(32·3)·일본(31·2)·벨기에(30·4)에 이어 4위였다.
이는 낮은 표준편차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학력이 비교적 높은 편이고 고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상위권의 분포는 ▲51∼55점(2·7%) ▲56∼60점(0·6%) ▲61∼65점(0·1%) ▲66∼70검(0%)을 보이고 있어 우수학생으로 평가되는 61점 이상이 일본의 1·3%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국내 지역별 비교는 대도시와 산업도시 사이의 평균점 차이는 없으나 읍·면 단위의 학교는 상당히 처진다.
대도시와 산업도시의 평균은 각각 32·7, 32·3이나 읍·면은 28·5와 27·5를 나타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고점수(69점)는 읍 소재지 학교에서 나왔다.
성별차이는 없어 남녀의 평균이 똑같이 29·9였다.
조사결과를 가지고 연구팀이 내린 결론을 보면-.
60점 이상을 취득한 학생의 비율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적은 것은 중학교교육이 하향 평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 문항에 3문제가 주어져 한 문제를 풀면 같은 원리로 모두 풀 수 있는데도 50%이상의 학생이 하나 또는 둘밖에 풀 수 없었다는 것은 추리력보다는 암기력위주로 수학학습이 행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
3학년의 과학 평균점은 32·3으로 동년배인 국제평균치19·6에 비해 상담히 높다 (만점은 80) .
2학년의 득점평균도 국제 평균치 보다 훨씬 높은 29·2로 나타나 우리 나라 중학생의 과학학력은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3학년 평균은 17개국 중 1위로 일본의31·2를 능가하고있다.
과목별로는 물리가 2 , 3학년에서 9·7과 11·0으로 가장 높고(국제평균7·4)실험이 가장 낮았다.
국제 치와 비교해서는 화학이 가장 월등해 3학년의 경우 화학분야 점수가 7·3에 반해 국제 치는 3·2에 불과하다고 반면 물리분야에서는 일본이 12·3으로 가장 앞서있다.
한편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학도 수학과 마찬가지로 우수아의 수가 크게 떨어지는 점이다. 2학년에서는 60점 이상이 0%이며 3학년에서도 0·2%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60∼64점이 4·9%, 65∼69점이 2·3%나 있다는 사실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교수는 『현행 교육제도는 과학·수학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자기의 소질을 개발할 기회를 잃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은 능력별 학급을 편성해서라도 우수한 학생에게 탐구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과학 수재아 육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과학적인 사고능력을 보는 과학관조사에서도 우리 학생들은 평균치가 3·0으로 국제평균치 5·4에 훨씬 못 미치는 최하위 그룹(16위)에 속해 충격을 주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과학교과서는 탐구학습방법으로 편찬되어 있어 우수한 점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학생들이 정·오만을 구별하는 시험에만 익숙해 최선의 답을 구하는 문제에는 당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우리 나라 학생들은 과학에서는 수학과는 달리 남녀 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3학년의 경우 남학생은 36·0이나 여학생은 28·6으로 현저한 차를 보였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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