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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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국
[제6보 (97~118)]
白·趙漢乘 6단 | 黑·柳才馨 6단

백△로 끊어 총공격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졌다. 당장은 우변에 침투한 흑이 목표지만 백은 멀리 중앙 흑대마와 하변 흑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공격하는 백도 한편으론 초조함을 금할 수 없다. 우변이 돌파당한 지금 백은 눈에 띄게 집이 모자란다.

백집이라야 상변 20집(흑▲가 놓이면서 많이 줄었다) 정도와 중앙 5집, 우하 10집 등 35집 언저리가 전부다. 두터우니까 좀더 늘어나기야 하겠지만 흑은 좌변의 집 한채로도 백집을 다 당해낼 수 있다.

97 젖힘에 바로 막지 않고 98로 늦춘 수에서 趙6단의 결의가 드러난다. 바로 막으면 흑이 강해진다. 98은 집은 포기하고 공격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반드시 뼈를 부러뜨리겠다는 의지다. (물론 백은 5,6집만 이득을 챙기면 바로 계가로 돌아설 수 있다. 쫓기는 柳6단도 이 점을 잊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104로 눌렀을 때 105는 좋은 수. 그러나 김수장.임선근 두 9단은 '참고도1'의 흑1을 선수한 뒤 두어야 했다고 아쉬워한다.

흑1로 몰아두는 그 자체로 이 흑은 안정권에 들어선다. 게다가 A의 선수에 이은 B의 반격도 상당한 노림이 된다.

백도 2로 잇지 않고 C로 잡아버릴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빵때림이 너무 크고 하변 흑은 D의 삶이 보장돼 있어 공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趙6단이 106을 둘 수 있었던 것은 일단 행운으로 간주된다. 공수의 요소인 이 곳을 차지하면서 백은 작전의 폭이 넓어졌다.

106으로 얻은 몇집의 실리도 이 바둑에선 매우 큰 의미를 띠고 있다. 최악의 경우 계가로 돌아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柳6단도 한수를 놓치기는 했지만 109로 날카롭게 추궁하며 승부를 걸어간다. 이 수에 백이 '참고도2'처럼 잡는 것은 흑2, 4의 도배장판에 걸려든다. 이제 흑은 모든 곤마를 어떻게 상처없이 살릴 것인가. 바둑은 드디어 클라이맥스에 이르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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