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 화백 농아 복지회관 문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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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각장애자들에 대한 사회의 냉대가 문제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기술을 갖고 있어도 누가 받아줍니까. 그래서 이들은 때때로 길거리를 방황하게 되는 것입니다. 』
원로화가 운보 김기창씨의 말이다.
청각장애자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농아복지회관 (서울 용산구 서계동220의3)을 만들어 3일 개관했다.
7세 때 장티푸스를 앓은 후 자신도 청각을 잃은 운보는 79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농아복지 회를 설립, 회장직을 말고 있다· 요즘엔 낙관을 찍는 일보다 청각장애자를 위한 사업에 정열을 더 쏟고있다.
자선바자회 수익금과 사비를 보태 만든 60평 남짓한 농아 복지회관에는 휴게실· 독서실· 상담실이 있고 간단한 식사도 실비로 제공한다.
『농아에 대한 복지는 따로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사회참여기회를 주는 것뿐입니다.』 운보도 언어구사가 어둔 하지만 듣는 사람이 신경을 쓰면 알아들을 수가 있다.
농아복지회 일로 전국을 누비다보니 정말 딱한 일도 많다고 했다.
부모들이 청각장애를 일으킨 자기 자식을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그래서 경기도 평택에 농아고아원이 생겼다고.
청각장애자들을 취업시킬 수 있는 제품생산 공장을 짓는 것이 여생의 바람이라고 했다.
『듣지만 못하지 손으로 만지는 일, 눈으로 보는 일 등 다른 것은 완전합니다. 특히 청각장애자는 집념과 인내심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강하죠.』 기업체에서 농아에게 한번쯤 취업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처럼 신체장애자사업을 위해 기부금을 낸 독지가들에게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곁들인다.
곧 세계일주 스케치여행을 떠나는 김 화백은 외국의 농아 복지에 대한자료도 많이 수집해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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