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력 잃어 가는 수출 상품 과학기술 향상이 유일한 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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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는 국제적 상호교류에 의해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특허 경제면에서 국제경쟁에 이기지 못하면 발전은커녕 후퇴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제경쟁을 승리로 이끄는 역군은 과학기술자다.
필자는 최근 수년간 학술회의 등 참가로 외국여행 기회를 수 차례 가졌다. 그 때마다 상사주재원이나 현지인들로부터 「왜 한국상품의 질이 향상되지 못하는가」 「질적 향상은 꾀하지 않고 저렴 가격에만 급급 하는가」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일본 동경대학 초빙교수로 근무한 7년 동안 우리상품과 일본 제품을 비교검도도 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우리상품의 최대 취약점은 재질(품질)의 미달과 생산성의 저하다.
이 두가지조건은 모두 기술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현재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 수십만의 중공인들이 기술과 기능을 연수하고 있으며 이들이 연마하고 있는 기술분야는 가전제품 및 봉제품을 비롯한 경공업 분야로 우리 나라 수출 주종품과 일치한다.
그들이 외국에 발주한 시설의 완성과 함께 멀지않아 중공제품이 국제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다. 이미 일본은 이제까지 한국에서 수입하던 주물품의 상당량을 중공에서 들여오고 있음을 본인은 실제로 확인한바 있다.
그러면 현재와 같은 저질제품을 갖고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로 중공과 맞설 수 있겠는가. 이것을 이겨내는 길은 기술향상으로 제품의 길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우리 상품의 재질적 결함은 논외로 하고 생산성만 보더라도 금속부문을 예로 들면 일본의 2분의1. 미국의 3분의1 이하다.
가격 면에서도 선진국을 따라갈 수 없다. 그렇다고 현재 일부 공산품과 같은 출혈수출은 비정상적이고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해외시장에 나가 눈여겨보면 최근 2∼3년 동안에 대만산 모든 제품이 질적으로 우리 것보다 월등히 향상됐다는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 필자는 금년초 대만을 방문한 기회에 그들의 공학교육 정책 및 연구시책에 대해 조사해 보고 그것이 우연의 소산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들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중공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과 때를 맞춰 과학기술 향상에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만은 면적이 우리 나라 경상남북도보다 약간 크고 인구는 약1천6백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80년 수출고는 3백8억 달러에 이르고 그것도 대부분 공산품이라고 한다. 3백8억 달러의 수출고는 우리의 인구 비례로 볼 때 무려 6백50억 달러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격차는 실업계와 인문계의 고급 피교육자 인원비율이 7대3이라는 수치로부터 이해가 갈 것이다. 실로 그들은 모든 국력을 과학기술 제일주의로 밀고 나가는 느낌조차 준다.
필자는 일본과 대만의 기술교육과 우리의 그것을 비교할 때 시간 수나 교수의 수, 연구 및 실험시설면 등을 볼 때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이 같은 격차를 하루속히 과감하게 타개하지 않는 한 대만의 수출고를 따라가고 중공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국가시책의 과감한 개선이 시급히 요망된다.
박희선(국민대 공대 교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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