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수기의 이변… 금값이 떨어졌다|고금넘쳐 4만원대로 폭락|가계쪼들려 "황금보기를 돌같이" 강요당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값인상 「레이스」속에 유독금값만 내리고있다.
주식과 더불어 사회정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것이 금값이다. 그 금값이 지난9월을 고비로 계속 내림세에 있는것이다.
지난해 1월 「이란」 인질사건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등의 국제적인 불안에 자극받은 금값은 국제시세가 온스당 6백42·5달러, 국내시세가 돈쭝당 도매 6만35원, 소매 7만원선까지 치솟았다.
그후 점차 약세를 보이던 금값은 지난해 9월 「이란」-「이라크」 사태가 악화되자 다시 폭등, 「런던」 금시장은 2∼3년내의 최고시세인 온스당 6백70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시세도 다소 올라 돈쭝당 도매5만2천53원, 소매5만7천원선까지 올랐다.
그러나「폴란드」사태가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국제금값은 온스당 4백87달러로 떨어졌다.
국내금값은 도매로 지난해 9월이후 매달 평균 1천2백원골로 떨어지고있고 소매시세도 지난 2월부터 4만8천원의 보합세를 형성, 지금까지 변하지않고 있다.
이같은 금값의 약세는 금수요가 준반면 제련소등에서의 금산출과 고금출회로 공급이 늘기때문.
현재 우리나라의 금공급은 동제련의 과정에서 부산물로 떨어지는 금보다는 고금출회가 더많다.
현재 한국광업과 온산동제련의 금산출능력은 월평균 1백10∼1백20㎏. 연간 1천3백20∼1천4백40㎏정도.
그러나 지난해1월이후 고금출회는 날로 늘어 지난한해의 고금출회량은 적게 잡아도 5천㎏은 넘을거라는게 한전문가의 말이다. 제련소 산출량의 4배에 달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고금출회는 매년 2월말·3월초의 입학기가 되면 학자금마련을 위해 장롱 깊숙이 있던 금붙이를 내다 팔기때문에 금값이 다소 떨어지고 봄·가을의 결혼시즌에는 금 은방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 금값이 다소 오르는 계절적인 패턴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이와같은 계절적 패턴이 아예 무시된채 막대한 양의 고금이 쏟아져 나오고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한햇동안만 약6t이 넘는 금이 시중에 나온것인데 이에반해 금의 매기는 한산하기 짝이없다.
전성시절 종로·미도파앞등의 금은상들은 하루에 돌반지만20∼30개씩 팔았으나 요즘엔 하루 1∼2개가 고작이라 한다.
이와같은 금의 수요부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갑자기 금을 싫어하게 됐기때문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할수는 없는 일이고 다만 워낙 물가고로 생활이 어려워 금을 쳐다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생활이 어려우면 돌반지도 안사게 될뿐더러 있던것도 팔게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금의절대량이 모자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금수요는 장신구용외에 치과용으로 약 0·8t, 도금·금박용으로 약 0·1t이 들었고 이밖에 최근들어 부쩍 늘기시작한 전자공업의 부품용으로 10여t이 소모됐다는게 업계의 추정이다.
그러면서도 금값은 계속 떨어지기만하고 더구나 한국광업측은 재고로 쌓이는 금을 감당못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뉴욕」 금시장에 1백㎏의 금괴를 내다팔았다.
이어 이달 말 다시 1백60㎏의 금괴수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자업계에선 부속품으로 상당한 금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국내 금값이 아무리 싸다지만 국제시세보다는 아직 비싸고 이를 원료로 굵기가 0·8∼1·2 Mil(1MIL=0.001Inch)정도의 가는 세금선을 만들어 반도체에 도금하고 연결시키는 비용과 기술이 문제여서 외국의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동자부 추정에 의하면 지난한해 수입한 금은 약3·791t으로 모두 약 7천1백만달러에 달한다.
어쨌든 금의「절대량부족-금수입-국내수요부진-금수출」로 요약되는 기현상속에 금은방의 매기는 어느때보다도 한산한 채 봄철 결혼시즌을 넘기고 있다. 말하자면 쪼들리는 가계가 「황금을 돌같이 보기」를 강요하고 있다고나 할까.
일선 금은상들은 『모든 물가에 앞서 금값이 먼저 뛰고 내리는 것은 옛말이고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생필품가격이 먼저 안정되어야 금시세도 예전처럼 살아움직일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