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3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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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의 우체국 집배원 박병기씨(40)는 국내 유일한 3대째 집배원이다.
박씨 3대가 걸어온 길은 43만4천㎞.
3대가 릴레이식으로 지구를 11바퀴 돈 셈이다.
21년 안의 우체국이 문을 열자 종조부 박영작씨(68년 작고)가 처음 집배원으로 나서 9년만에 선친 박경래씨(58년 작고)에게 집배원 가죽가방을 물려줬고 박씨는 선친이 38년 동안 집배원 생활을 하다 별세하자 1주일만에 17세의 나이로 가업을 이어 받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3형제 중 누군가가 맡아달라고 하셨지요. 위로 두 형이 군 복무 중이어서 제가 나섰던 것입니다.』
부르튼 발바닥을 바라보며 선친을 원망한 적도 있으나 지난 38년 동안 보람도 컸다고 박씨는 말했다.
『정년(58세)이 되는 날까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걷겠습니다.』 다리가 튼튼하여 위장병 한번 앓은 일이 없다는 박씨는 편지 뭉치를 들고 갈 길을 서둘렀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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