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사 직원 직접 제재 현재보다 90% 이상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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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내달부터 원칙적으로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직원에 대해 직접 제재를 할 수 없게 된다. 중대한 법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이 아니면 직원들에 대해선 금융회사가 알아서 징계하거나, 면책할 수 있게 된다. 말단 직원의 경미한 잘못에 대해서까지 감독당국이 징계 수준을 일일이 정해 통보하는 ‘저인망식’제재가 금융사 직원을 움츠리게 하고, 중소기업과 창업 벤처에 적극적인 대출에 나서는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에서 이런 내용의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 계획’을 보고했다. 금융당국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경제장관 회의에서 “규제를 아무리 풀어도 일선 금융기관의 보신주의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질타한 이후 종합 대책을 마련해왔다.

 금융위가 보신주의를 깨기 위해 내놓은 방안의 핵심은 금감원의 직원 제재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견책·주의 같은 경징계 사안은 원칙적으로 금융사에 맡긴다. 특히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절차에 따라 취급한 대출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사도 단순히 대출이 부실해졌다는 이유로 직원을 승진에서 누락시키거나 성과급을 줄이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지난해 금융사 직원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는 모두 1285건이었다. 기관(89건), 임원(295건)에 비해 월등히 많고, 경징계(87%)가 대부분이었다. 금융위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개선안이 시행되면 직원 제재 건수는 현재보다 90% 이상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대신 금융회사에 대한 기관제재와 임원들에 대한 제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에 부과하는 과징금과 과태료 수준은 현재보다 대폭 올릴 계획이다. 이른바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매기는 은행 등급제도도 바뀐다. 건전성에 중점을 둔 기존 경영실태평가와 별도로 신시장 개척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한 신용대출(기술금융)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섰는지를 평가한 ‘혁신성적’을 산출할 계획이다. 이 성적을 공개하고, 좋은 점수를 얻는 은행에는 정책금융 자금도 우선 나눠줄 계획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변화를 반기면서도, 실제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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