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라크 돕고 반인륜적 IS 적극 대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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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 걸쳐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신정국가를 세우겠다는 극단주의 무장 정파인 이슬람국가(IS)의 잔혹함이 극에 이르고 있다. IS는 지난 19일 미국인 기자 제임스 라이트 폴리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2일 “악랄하고 비열한 행위”라며 맹비난하고 “IS는 반드시 물리쳐야 하며 그들이 신봉하는 배척과 폭력, 증오도 근절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숨진 폴리 기자를 애도하며 그를 살해한 책임자를 심판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IS의 잔인함은 이미 지난 6일 소수 종교를 믿는 야지디족 거주지인 이라크 북서부를 점령한 뒤 이 지역을 ‘정화’한다며 500명 이상을 살해함으로써 여실히 드러났다. 종교가 달라 신정국가를 세우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반인륜적 인종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IS를 피해 피란을 떠난 생존자들은 인도주의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아시리아 정교를 믿는 현지 기독교 신자들도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미국이 8일부터 이라크 내 IS의 주요 군사 목표물을 공습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 지역은 한국의 국익이 걸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화가 바그다드 인근에 비스마야 신도시개발을 맡고 포스코와 쌍용건설 등이 현지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한때 건설업계의 자랑이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IS 준동지에서 멀지 않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서 에너지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적 지역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지난 19일 이라크 북부 난민사태에 대해 100만 달러(약 10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게 고작이다. 세계 14~15위의 경제규모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회원국에 걸맞은 적극적인 지원을 고려할 때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건 물론 국익까지 지키는 길이다.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기여해야 외교 발언권도 강화된다. ‘어려울 때 도와준 벗은 두고두고 기억난다’는 격언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