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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의 가격으로 최대 효과를"|「사학수사」확대에 조심스런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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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학수사가 8일째 계속되면서 도를 더해 간다. 일부 사학의 해묵은 비리와 부정이 이번 기회에 철저히 파헤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나「교육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보다 신중하고, 최소한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수사에 나선 검찰 측도 부득이 검찰 권을 발동했지만 이 때문에「최소한의 혼란과 충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아래 수사의 방향을 교주의 횡포와 비리에 집중시키고 있다. 사학수사를 둘러싸고 사학의 감독기관인 문교부와 수사를 맡은 검찰 및 사학재단 측의 입장과 견해를 들어본다.

<법의자제 한계 넘었다>검찰
검찰은 말썽이 된 사학에 대해서는 뚜렷한 객관적 위법사항이 드러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확보되면 가차없이 국가형벌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1차 단계에서 인천 선인학원과 경희대에 대해 수사를 폈던 검찰은 선인학원 설립자인 백인엽씨를 구속한데 이어 19일 명지학원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함으로써「육영」을 빙자한 사학의 치부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단단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검찰관계자들도「교육」이라고 하는 신성한 영역에 검찰 권이 개입하게 된 것을 한편으로 불행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20일 검찰고위간부는『법이 법의 작용을 최소한 자제하는 영역이 가정·학교·종교집단과 같은 곳』이라고 전제하고『이번 사학비리의 경우 감독기관의 행정행위로써는 신의와 질서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 부득이 검찰 권이 발동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선생과 학부모사이에 이루어진 행위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되겠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최소의 혼란과 충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이번 검찰수사는 교주의 횡포·비리에 국한할 것이며 그들의 사주를 받았거나 수동적으로 위법행위에 가담한 사람은 일단 불문에 붙일 것임을 암시했다.
검찰은 그 동안「8·19조치」와 문교부의 학사부정, 감사원의 경리부정 등 합동감사가 있었고 또 수사를 예견하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증거확보 등 수사에 어려움이 많으나 국민의 입장에서 공익보호라는 사명으로 사학 속의「교주왕국」은 철저히 들춰 밝혀 낼 것이라고 했다.
검찰관계자는「8·19조치」이후에도 일부 사립대학이 부정 편 입학사건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나 검찰 력을 재단자금의 개인유용·변태지출 등에 집중하는 이유가 학사운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영이란 측면도 봐야 사학>사학
한국사학재단연합회 김병삼 회장은『사학에 대한 비리수사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잘못한 사학설립자를 감싸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고급인력의 70%이상을 길러 낸 사학의 공로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며『사학에 대한 감사 권과 임면 권을 모두 가진 문교부가 30년 동안 무얼 하고 이제 와서 검찰에 사학문제를 미뤄 놓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30년간 전쟁과 불안정의 와중에서 전부가 손대지 못했던 한국교육의 큰 부분을 사학설립자가 맡았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
김 회장은 이어『사학은 공공성과 자율성이란 두 가지 얼굴을 가지면서 사학설립자들의 공과가 교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사학에서 설립자의 건학 정신이 무시된다면 이미 사학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 건학 정신을 살리는 자율성을 갖기 위해선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김 회장은『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공납금이 같다는 것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일이다. 가까운 자유중국이 3대1이고 일본은 12대1』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교부 당국은 사립과 공립 중-고교의 공납금 수준을 이미 같게 했고 대학도 점점 접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공립학교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교원연금부담금·의료부담금·각종 수당을 사학에서는 자체에서 해결토록 하면서 공납금을 묶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고 지적, 『사학은 침몰중이 아니면 침몰직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1천8백여 사학 중 극히 일부의 비리가 전체의 것으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사학설립자들은 자신의 노후에 대한 아무런 법적·제도적 보장도 없이 전 재산을 바쳐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학에 대해 당국이 지금까지 지원은 전혀 않은 채 파렴치범을 다루듯 하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는 것. 사학에 대한 공로와 과실은 엄격히 평가돼야 하고 이번 사태가 빨리 수습돼 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만을 사학관계자들은 바랄 뿐이라고 김 회장은 말했다.

<학원사태 불씨 안돼야 문교부>문교부
검찰의 사학수사 진전상황을 문교부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감독청의 행정지시를 전적으로 무시해 온 선인학원 백인엽씨가 구속될 때까지만 해도 비리척결이란 점에서「당연한 조치」로 받아 들었으나 그 범위가 점점 확대돼 나가자「교육기능의 마비」가 오지 않을 까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관계자는 20일『지난해「8·19조치」이후 사학은 이제 꼼짝못하게 돼 있다』면서 『그 이전의 지나친 소급수사가 위축된 사학을 더욱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19일 당국은 사학의 교주총장을 추방하고 재무위·인사위를 의무적으로 설치, 학교법인의 학교행정 전횡을 원칙적으로 봉쇄했기 때문. 연초 이 조치는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법제화됐고, 일부「오만했던 교주」들이 위축돼 있었다.
문교부는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지난해 비교적 말썽이 많았던 5개 사립대학의 학사행정과 재정운영 상황을 특별감사, 사학의 부조리요인을 완전 제거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문교부는 이때「8·19조치」전후를 비교하면서 감사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된 14개 유형의 비리를 들춰내 시정지시를 했었다.
되도록 특정학교의 특수한 부정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사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자존심 손상이나 이로 인한 사기침체를 피하자는 의도였다. 학교행정권한을 법인으로부터 뺏어 학교에 넘겨준「8·19조치」는 3천억 원의 사학육성 기금조성을 전제한 것이었지만 이 같은 육성기금이나 실질적 지원방안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문교부로서는 가능한 한 사학이 위축되는 조치는 취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문교부는 사학의 비리를 그대로 두면서 살찌우겠다는 태도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교부 고위당국자는『지난해 학원소요의 발단이 사학부조리였다』고 분석하고 『부조리척결은 사학육성의 전제가 된다』고 밝혔다. 다만 학원문제 해결을 위한 사학부조리척결이 새로운 학원문제의 씨앗이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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