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관선 이사 진이냐…백선엽 체제냐…「선인학원」의 갈 길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백인엽씨(58)가 손을 뗀 선인학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백씨는 18일 구속직전『선인학원의 모든 직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실형인 한국종합화학사장 백선엽 장군(61)에게『내가 구속되면 선인학원을 돌보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면 이사장(58)과 민병권 이사(63·예비역 중장·전 교통부장관)도 백씨가 구속되자「사태의 책임을 느껴」18일 이사 직 사퇴의 뜻을 표명함에 따라 학교법인 선인학원이 어디로 가느냐가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선인학원의 행방은 크게 3가지 갈래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첫째 현 임원이 전원 사퇴하고 임시(관선)이사회를 구성하는 경우, 둘째 문교부가 현재의 이사 진으로는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사회를 재구성토록 하는 경우, 셋째로 현재의 임원들이 백인엽 체제의 법인운영을「백선엽 체제」로 재구성하는 경우 등이다.
이 3가지 경우는 어디까지나 그 가능성일 뿐, 18년 동안 1인체제로 운영권을 전횡해 온 백인엽씨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사태추이는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첫째 관선이사회를 조직하는 경우 이사 전원이 자퇴하는 사태가 전제된다. 그러자면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문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사회는 열리기 7일전에 공고돼야 한다. 학교법인 선인학원의 현 이 사진은 백인엽씨 외에 김종면·백선엽·민병권씨와 김희준(58·전 건설공제조합 이사장)·김형걸(66·인천대학장)·오영식(58·동방운수사장)씨 등 7명으로 모두 임기를 8개월-3년씩 남겨 놓고 있다.
이사전원의 사퇴는 학교법인의 재산과 관리권을 사실상 국가에 헌납하는 것과 같다. 지난76년 성균관대의 경우처럼 이때 문교부는 우선 관선이사회를 조직하고 새「경영주」를 찾게 된다. 관선이사진의 임기는 6개월이 관례다. 그 동안 맡겠다는 희망자나 적격자가 없으면 6개월씩 연장해 간다. 성대의 경우는 3년 만인 79년 주식회사 봉 조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선인학원의 경우 관선 이사 진이 구성됐을 때 선뜻 새 경영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규모가 커질 대로 커진데다 법인재산의 수익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공납금 수입만으로 적자 없는 경영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교부가 학교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행정적 지원과 함께「의중의 인물」로 이사 진을 구성할 수도 있다.
문교부는 사립학교 법에 따라 현재의 이사 진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개선지시를 하고 15일 이내에 시정이 되지 않을 때엔 이사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문교부는 이에 따라 새 이사 진을 구성할 때 적격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박종규씨가 경영하던 마산대의 경우 지난해 문교부는 학교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 이사전원의 취임승인을 취소하고 새 이사 진을 구성토록 했었다. 이 경우도 운영권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관선이사회 구성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자의에 의한 사퇴가 아니라 승인취소에 의해 타율적으로 운영권을 내놓게 되는 현 이사 진과 문교부간에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문교부는 지난 63년 동창회와 왕실간의 법인 정통성주장으로 시끄러웠던 숙대 재단의 운영권을 동창회로부터 이방자 여사에게 넘겨주기 위해 이사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관선 이사 진을 구성했으나 계숙종씨 등 동창회가 이의를 재기, 문교부가 후퇴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불교와 기독교계 재단이 73년의 동국대와 78년의 계명대 재단분규 때엔 그 운영권을 어느 한쪽에 넘겨준 일이 있고, 77년 박창원씨의 아주 공대를 대우실업에 넘겨준 일도 있다.
그렇지만 선인학원이 문제된 것은 주로 백인엽씨의 개인적인 학교행정 전횡과 경리부정 때문으로 백씨가 경영권에서 손을 떼면 현재 이사로 있는 백선엽씨를 중심으로 새 경영「팀」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4성 장군출신으로 현재 한국종합화학사장 직을 맡고 있는 백선엽씨는 동생인 인엽씨 와는 달리「인화」와「경영수완」이 뛰어나 동생이 건설과정에서 빚은 마찰을 소 화하고 내실을 다질 적격자로 주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백인엽씨는 그 동안 학교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형(선엽씨)에게『인천에 내려가 달라』고 부탁했고, 김종면씨와 민병권씨는『백 대장(선엽씨)이 맡아서 해야 방만해진 선인학원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선엽씨가 운영을 맡는 경우 선인학원은 완전히 재조직되어야 할 것으로 주위에서는 보고 있다. 관리조직이라고는 전혀 없이 백인엽씨 개인이 운영의「머리」이자「발」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이 같은 경영으로 백씨가 구속되자 당장 건설공사와 각종 경비지출이「올·스톱」돼 현재 선인학원은 빠른 시일 안에 새 체제를 가동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선인학원 주변에서는 백선엽씨 중심체제를 발족시킬 경우 당국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당국의 의도가 이에 긍정적일 때엔 백선엽씨도 선인학원 운영을 맡을 의사가 있음을 비친 것으로 주위에서 전해졌으며, 동생이 구속되던 18일에는 직접 인천에 내려가 학원현황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선인학원 문제는 3만5천여 식구와 사회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으로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사학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권순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