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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표겨냥『말의 성찬』뜨거운 공방…가열하는"총선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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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일공고와 함께 선거운동기간이 개시된지 10일. 그동안 조직확대등에 치중돼온 선거운동이 13일부터 열린 합동연설회를 계기로 갑자기 열기를 뿜고있다. 후보자는 물론이고 유권자의 관심도 점점 고조되고있다.

<부인동원해 유권자에 큰절>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13일상오합동연설회가 열린 정읍-고창지구의 신태인국민학교에는 봄비가 제법 굵게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2천여 유권자가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이들은 우산을 받쳐들고 후보자들의 출마변을 경청했다. 경북안동군풍산읍에서도 1천명 가까운 청중이, 군위에서는 1천5백여명의 청중이 모였다. 특히 군위에서는 박재홍씨(민정) 와 김현규씨 (민한)의 부인이 연설장 문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정치룰 내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루 2개면씩 바쁘게 합동연설회를 해야하는 곳에서는 즉각 이동할수 있도록 아예 「마이크로버스」위에「마이크」와 연단을 설치해 두기도했다.

<언론에 화살, 울분터뜨려>
○…합동연설에서 민정당후보는 주로 정치풍토쇄신등을 내세우고 민한·민권·국민당후보는 야당성을 놓고 서로 시비를 벌였다.
풍산읍에서 열린 안동-의성지구 첫연설회에서 민정당의 권정달후보는 『야당이기때문에 반대하고 여당이기매문에 찬성한다는 식이나 이불을 싸들고 국회에 들어가 농성하는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피력.
민한당의 정상조후보는 『정당이 하도 많아 우리당 소개를 좀 해야겠다』 며 『자유당독재 10년에 항거한 민주당, 공화당 18년동안 민주회복투쟁을 한 신민당의 후신으로 민주양심세력의 총본산이며 정통야당』이라고 주장.
이에대해 민권당의 김형기후보는 『왜언론이 민정당과 들러리 야당들만 취급하느냐』 고 울분을 터뜨리며 『진짜야당이 누구인지 밝히겠다. 김의택총재를 모신 민권당이 진짜 야당』이라고 반박.
국민당의 김영생후보는 국민당을 준여당이라고 하지만 민정당외에는 모두 야당이라면서 『「사꾸라」 당소리는 들어왔어도 준여당 있다는 소리는 못들어봤다』고 했다.
정읍-고창에서 첫 연사로 등단한 국민당의 이호종후보는 『선거구가 별안간 바뀌어 정읍유권자에게 첫인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연뒤 『오늘 입후보자 가운데는 변절한 자도 있지만 나는 지조롤 지켰다』고 10대때부터「라이벌」이었던 민정당의 진의종후보를 빗대 발언.
진후보는 이에대해 『야당을 자처하고있는 후보중에는 얼마전까지만해도 민정당공천을 방기위해 동분서주한 사람이 있다』고 응수하면서 『새시대를 맞아 경륜있는 자신을 밀어달라』고 호소.
그런가하면 신정당의 신정재후보와 원일민립당의 이경태후보, 무소속의 노동채후보등은 『이번선거에 야당은 없으며 자신들이야말로 순수한 야당』이라고 주로 민한당을 겨냥해 색다른 공동전선을 폈다.

<저마다 금권타락선거 개탄>
○…선거풍토도 공방거리. 안동-의성에서 민정당의 권후보는 『이곳의 선거가 어떻게 치려지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니 특히 깨끗한 선거를 해야한다』고 강조. 민한당의 정후보는『돈많은 후보중에 금권·타락선거를 하고있다는 우려가 도처에서 나오고있다』며 『이번에도 타락선거를 하면나라가 망한다』고 고성.
군위에서 국민당의 장동식후보는 이번선거가 공명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라며 『한잔 술 한푼의 돈, 한나절의 관광에 신성한 표를 팔겠느냐』고 흥분.
민한당의 김후보는 선거의 타락상을 지적하면서 『부정선거를 한다는 인식을 국민이 받게되면 국가 장래가 우려되며 정의사회를 구현한다는 정부존립의 명분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무공약의 공약」제시하기도>
○…후보들은 갖가지 공약을 제시했는데 민정당의 권정달후보는 『공장을 세운다, 다리를 놓는다는등 거짓공약은 하지않겠다』며 『유권자들의 숙원을 내숙원으로 알고 차근차근 검토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무공약의 공약을 제시.
군위의 합동연설회에서 민정당의 박재홍후보는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되면 경북도청을 구미로 유치하는데 노력하겠다』며 『과거 고박정희대통령때도 그런 언질이 있었으며 그것은 아직 유효하다』고 장담.
고 박대통령의 장조카인 박씨는 연설벽두에서부터 『지난 10·26 사건때 3촌이 유명을 달리하자 향리 곳곳에서 빈소를 차리고 조문해준데 대해 집안을 대표해서 인사한다』며 연단옆으로 나와서 다시 절을하고 『과거 박대통령처럼 가뭄이 들면 농민과 같이 비걱정을 하며 국민과 마음을 함께하는것이 바로 정치인』이라고 기회가 있을때마다 박대통령을 언급.

<「4번」도 그럽듯하게 각색>
○…후보자들에게는 자신의 기호를 인상깊게 알려두는것도 큰 과제중의 하나.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같은 정당후보의 기호도 지역구마다 달라 기호 홍보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뛰어난 인물이나 뚜렷한 정당경합이 없는 선거에서는 되는대로 찍어버리는 투표양상때문에 첫번째 기호나 맨끝번호가 인기번호.
대개 기피하는 4번도 적당한 각색을 하면 그럴듯한 번호로 둔갑하는 수도 있다.
천안-아산에서 국민당의 김종식후보는 『모든것을 망라하는 동서남북이 4방이고 네째 아들로 태어나 40대에 여러분을 위해 일하려고 나와 기호 4번을 달게 됐고, 미국인질도 444일만에 풀려난것을 보니 4자는 행운을 뜻하는 것 같다』고 풀이.
기호5번인 민정당후보는 『제5공화국의 기호5번인 정선호입니다』란 말로 새시대의 개막과 자신을 연결.
기호 10번의 황명수 후보는 『아기가 태어날때 새세계에 나와 몸을 활짝펴면 바로 열 손가락이 보인다』며 열 손가락을 펴보이기도 했다.
정읍-고창에서는 원일민립당의 이경태후보가 자신의 기호가 5번임을 내세워 『제5공화국에는 5번』을 하며 한표를 호소하자 이어 등단한 민정당의 진의종후보는 『이번에는 2번을』이라는 식으로 기호익히기 작전을 폈다.

<김영배·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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