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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얼마나 무거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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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미국을 비롯한 구미 여러 나라에서 『작은 정부』론이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정부의 기능을 축소시켜 세금부담을 덜어보자는 뜻이 깔려있다.
「레이건」미 대통령이 선거공약대로 과감한 감세조치를 단행한 것은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는 경제정책의 한 좋은 예에 속한다.
이제는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보모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민간주도로 이끌어 가는 것이 더 능률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민의 세금부담에 대한 한계인식 때문일까. 얼마 전 세계 제1의 「프로·테니스」선수인「보리」가 세금이 많은 조국 「스웨덴」을 떠나 세금 없는「모나코」로 이민을 갔다. 「스웨덴」같은 나라에서는 세금도피 이민은 자주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세금을 늘리는 일을 극력 피한다.
오히려 줄이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해마다 소득의 증가분보다 조세의 증가분이 더 많다.
즉 GNP(국민총생산)가 1이 늘어날 때 조세는 1을 넘고있다.
이른바 조세 탄력성이 그것인데 지난 10년 동안 72,73년만 제외하고는 1.1∼1.5에 이르고 있다.
각 년에 국민이 부담한 총 조세는 6조5천8백80억 원. 국민 한 사람 평균 17만2천5백원 꼴이다. 5인 가족의 가구를 기준하면 86만2천5백원씩을 부담한 셈이다.
10년 전인 71년에는 1인당 조세부담은 1만5천 원이었다.
1인당 GNP는 작년이 91만7천 원. 71년은 10만2천 원(경상가격).
그러니까 GNP는 이 기간 중 8백15% 증가했는데 반해 조세는 1천15%나 늘어났다. 당연한 결과로 GNP에 대한 조세의 비중을 나타내는 조세부담률은 73년의 12.5%에서 해마다 높아져 작년에는 18.8%에 이르렀다.
조세부담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은 의욕적인 개발정책을 추진해 왔고 여기에 힘겨운 국방비부담이 가중됨으로써 재정수요가 급팽창한 때문이다. 「소정부」가 아니라 「대정부」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조세부담율을 얘기할 때 우리 나라는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27.7%, 서독 31.7%,「프랑스」30.8%, 일본24.2%(81년 예산)등과 비교하면 우리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세의 기준이 다르고 사회보장정책의 수준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외국에서 조세 속에 포함시키는 의료보험료 같은 것을 우리는 조세부담 속에 넣지 않고 있다. 의료보험료 하나만 가산한다하더라도 부담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 뿐인가. 우리는 국민학교 밖에 의무교육을 못시키고 있는 데 반해 선진외국은 고등학교까지 국가에서 교육비를 부담해주고 있고 실업자 생계보장 등 사회보장정책이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질적인 면에서 비교조차도 안 된다.
같은 개발도상국인 인도는 조세부담률이 8.5%이고 태국이 13.9%, 「필리핀」은 13.9%인데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단순하게 조세부담률만을 볼 것이 아니라 조세의 성격을 띈 각종 부담과 사회보장정책의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작년도 조세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총 6조5천8백80억 원 중 ▲내국세가, 3조6천7백58억 원 ▲관세 7천6백82억 원 ▲전매익금 5천1백억 원 ▲방위세 8천5백58억 원 ▲지방세 7천7백82억 원 ▲인지수입 등 기타 9백26억 원으로 되어있다.
내국세 중 직접세가 1조1천7백88억 원, 간접세가 2조4천44억 원이다.
직접세 중에서 월급으로 살아가는 근로자들이 낸 소득세(원천분)가 3천6백28억 원이고 각종 물건을 사거나 소비할 때 소비자들이 무는 부가세·특별소비세 및 주세가 2조3천억 원을 넘는다. 내국세 중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한다.
간접세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무차별적으로 걸리는 것이어서 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조세의 재분배기능 면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선진국 가운데「프랑스」를 빼놓고는 미국·일본·영국·서독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비중이 훨씬 높다.
일본은 간접세 비중이 25%, 미국은 8%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는 조세부담이 높은 속도로 증가해왔을 뿐 아니라 역진성이 강한 간접세비중을 늘려왔다는 데서도 문제점을 안고있다.
내국세 중 간접세의 비중은 71년 48.66%에서 점차 커져 79년 61.7%, 80년 65.4%로 올라갔다.
세목별로는 부가세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78년 이후 3년간 ▲소득세 41.4% ▲법인세 35. 6% ▲부가세 76.1% ▲특별소비세 78.7% ▲관세 18.8% ▲전매익금 82.1% ▲방위세 80.8% ▲지방세 75.5%씩 각각 증가했다.
법인세 증가율이 낮은 것은 작년에 심한 불황으로 적자기업이 많아 오히려 세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때문이고 소득세도 불황의 영향을 받은 위에 세율 및 인적공제수준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취득세·등록세·주민세·재산세·농지세·자동차세·도시계획세 등이 주요 세목인 지방세는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 재산세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지방 세수액에 차지하는 재산세의 비중은 75년 17.9%에서 79년에는 11%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산소유에 대해서 매기는 재산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은 IMF(국제통화기금)등에서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올해는 총 조세규모를 8조1천9백66억 원으로 예산에 책정해놓고 있다.
내국세가 4조5천8백35억 원, 방위세 1조2백96억 원, 전매익금 6천8백억 원, 관세 9천4백97억 원, 그리고 지방세가 9천5백38억 원.
작년(추경예산)에 비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은 전매익금의 33.3%, 다음은 방위세(25. 9%)다.
올해 국민 한 사람 당 조세부담액은 21만2천 원으로 높아진다.
이러한 조세부담의 증가는 높은 물가상승률로 잠식당하는 서민의 생계에 적지 않은 압박을 줄 것이다.
정부는 요즈음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세를 신설할 것을 검토 중이다.
경제기획원·문교부· 재무부 등 관계부처에서 이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세제주무부인 재무부는 난색이다.
조세부담률이 이미 높은 수준에 있는데 새로운 세목을 신설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재무부 측의 주장에 관계없이 교육재정 충당을 위해 새로운 세원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대세가 되고 있다.
교육세가 신설되든지 또는 기존 세제를 손질하든지의 방법만 남아있다.
교육세부담이 새로 추가되면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20% 내외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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