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과외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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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라의 장래와 우리대학의 존립에 관련한 우려할 사태가 현현화하고 있다.
지난해에, 그리고 다시 연초에 본란은 대학의 「졸업정원제」와 관련해서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려의 뜻을 밝혀둔바 있거니와 우리가 피하고자 했던 그 사태는 현실적으로 우리 눈앞에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대학신입생을 상대로 한 새로운 학원과외가 곳곳에 등장하고 있으며 그것은 성황을 이루면서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과외」라는 사태는 그 동안 우리사회에 유행했던 대학입시 과외 때문에 혹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나 조금만 생각을 가다듬고 냉정히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최고의 지성을 교육하는 대학이 과연 올바른 입지에 서서 제대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생과외는 실로 고금을 통해 일찍이 본 적도 없는 기이한 사태이며 한국적 교육현실을 그대로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물론 이런 사태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가까스로 입시지옥에서 해방된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물면서 배움에 정진하는 마당에서 중도에 탈락하지 않으려고 학원에라도 나가서 과외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입장을 이해하고 동정한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에서 30% 중도탈락의 현실에 직면해 자위적으로 과외학원을 찾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졸업정원제」라는 제도의 문제성을 다시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대학생과외 학원」의 출현이라는 현상 하나만으로 그 심각성 지실할 수 있다.
대학과외는 우선 대학의 학문하는 진지한 분위기를 저해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며 고유한 특성 속에 자라온 각 대학의 학풍에도 어떤 변질을 가져올 것이다.
대학이 평균적 인간교육의 장이 아니라 개성 있는 지식인의 교육장임을 생각할 때 개성을 잃은 인간과 특성을 상실한 대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학생들이 본연의 학문탐구보다 학점취득경쟁에 치우쳐 과외나 쫓아다니다 보면 대학은 설 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자유로운 학문연구와 고상한 인격의 수련대신 획일적이고 고정적인 중등교육의 연장선 위에서 학점만 따는 기계적인 인간들만을 양산하게 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거기서 참다운 인간, 창조적 지성은 쉽게 기대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쯤 되면 중·고교 교육의 이상을 초래했던 지난날의 과외열풍이 차라리 견딜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학의 차이와 대학생의 질을 존중하는 제도적 보완이 더 늦기 전에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생 과외학원의 등장은 입시지옥의 해소만이 우리 나라 교육현실의 어려움을 일거에 풀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하나의 아픈 교훈이 되기도 하다.
문제는 자유경쟁의 미덕을 어떻게 살려가느냐에 있을 것 같다. 차라리 그런 미덕은 중·고교과정에서 체험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입시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에 밀려 대학생이 학원까지 다니는 현상이 된다면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공정한 기회와 자유경쟁은 민주사회의 기본 규범이다. 그런 규범 속에서 대학의 존재의미와 학생들의 교육받으려는 열의가 잘 조화되는 교육제도의 운행은 또한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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