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들, 현재의 증언 되고 미래의 희망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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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알현실에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컵을 들고 아르헨티나 프로축구팀 산 로렌조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티칸 로이터=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가진 ‘수요 일반 알현’에서 한국 방문 소감을 밝혔다.

 교황은 “한국은 경제적으로 두드러지게 빠르게 성장한 나라다. 국민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고, 규율을 따르며,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선조들로부터 전해 받은 힘을 지속해나가는 사람들”이라며 한국인에 대한 인상평을 한 뒤 한국의 자생적 천주교사에 대한 놀라움도 표현했다. “사실 이 땅(한국)에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선교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1700년대 후반 한국의 젊은이들에 의해 세워졌다. 이들은 그리스도교의 문서들에 매료되어 그것을 깊이 공부했으며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들 중 한 명은 세례를 받기 위해 베이징으로 파견되었고, 그는 동료들에게 세례를 주었다. 이 첫 번째 작은 모임으로부터 커다란 공동체로 발전되었다.”

 이어서 교황은 박해 시절의 고난도 언급했다. “한국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당시 사회의 온갖 차별을 극복하는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면서 마치 예루살렘의 사도 공동체처럼 보여졌다”며 천주교 전래 초기의 공동체를 높이 평가했다. 또 교황은 “그들은 처음부터 거의 한 세기에 이르기까지 1000여 명의 순교자를 낸 극심한 박해를 견뎌냈다”며 124위 순교자의 시복 의미를 되짚었다.

 교황은 이번 사도적 방문의 의미를 ‘기억, 희망, 증언’이란 세 단어로 요약했다. 과거 순교자들의 기억이, 현재에서 새로운 증언이 되고, 다시 미래의 희망이 된다는 뜻이다. 교황은 한국의 주교들과 대통령, 그리고 다른 모든 공직자와 방문을 위해 도움을 준 모든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전쟁과 분단의 결과로 고통받는 한국의 모든 자녀가 형제애와 화해의 여정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제안한 뒤 “어머니다운 성모님의 중재를 통해 주님께서 한국 국민을 축복해 주시고, 그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선물을 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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