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나문희 "이순재 선생님이 남편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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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ㆍ신구ㆍ나문희ㆍ성병숙. ‘국민배우’가 총출동한다. 이들은 다음달 19일부터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하는 연극 ‘황금연못’에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은퇴한 대학교수 노만 역에 이순재와 신구가, 노만의 아내 에셀 역에 나문희와 성병숙이 더블캐스팅됐다. 극장 주인인 조재현 수현재컴퍼니 대표가 “공연장을 지으면서 꼭 한번 모시고 싶었던 선배들”이라며 자랑스러워하고, 연출을 맡은 이종한 감독이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과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다”며 영광스러워할 만한 대배우들이다.

21일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자리에서도 이들의 무게는 남달랐다. “현장에서 후배들이 때론 어려워할 때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선배가 되고 싶다”(이순재)고 밝혔지만,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분위기는 더욱 진지해졌다. 다음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들이 밝힌 소감과 각오.

#이순재=“80세 생일을 앞둔 주인공 노만의 나이와 내 나이가 똑같다. 최근에 연극 ‘사랑별곡’에 출연했는데 초반엔 부진했지만 마지막 3주 동안엔 객석이 꽉 찼다. 나이 많은 사람 연극도 가능하구나 경험하게 됐다. 특히 ‘황금연못’은 누가 와서 봐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노인들이 왔다갔다 하지만 보기 불편하지 않다. 누구나 미소 띠며 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신구 =“연극 하면서 더블캐스팅은 처음이다. 상대역도 바뀌니 혼동스럽다. (따로따로 맞춰볼) 연습 시간도 부족하다. 앞으로 다시는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하지 않겠다.”

#나문희=“TV 드라마도 많이 하지만 연극 공연도 내 나름 많이 하고 있다.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희노애락을 같이 느끼고 박수받을 때의 행복감은 기계 앞에서 할 때와 다르다. 앞으로도 연극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가능한 한 많이 걷고 잘 먹고 잘 자기 위해 노력하면서 체력 관리를 한다. 이순재 선생님과는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8년 만에 함께 연기하는데, 우리집 영감이 들으면 섭섭해하겠지만 이순재 선생님이 남편같기도 하고 편하다. 마음 놓고 의지하며 연기하고 있다.”

#성병숙=“출연 배우 중 가장 ‘영계’다. 이런 행운이 찾아왔을 때 정말 죽을 힘을 다해보겠다. 에셀의 나이는 69세다. 실제 내 나이보다 열 살 정도 많다. 에셀을 연기하면서 엄마를 많이 떠올리고 있다. 대선배를 남편으로 연기하는 맛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이순재ㆍ신구 두 선배님은 성격과 생활환경, 연기 등이 정말 다르다. 특히 신구 선배님은 ‘회오리’ 같다. 마구마구 파고들어 분쇄하며 연구한다. 두 분 다 어린애 같은 부분이 있다. 나이만 많지 늙지는 않았다. ‘황금연못’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연극이다. 점점 더 중요해지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연극 ‘황금연못’=노년 부부의 삶을 통해 가족의 사랑과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작품으로, 1982년 캐서린 햅번, 헨리 폰다, 제인 폰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9월 19일∼11월 23일,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4만∼6만6000원, 02-766-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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