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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서울도심서 10대 편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낮 서울 중심가 대로에서 고교생·재수생 등의 10대 폭력「서클」20여명이 집단편싸움을 벌여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2일 낮1시50분쯤 서울 신문로 62앞「버스」정류장에서 10대 폭력「서클」「십자성」파 두목 송모군(19·주거부정)등 16명이 역시 10대 폭력「서클」인「고인돌」파의 김석구군(16·가명·서울H고 입학예정)과 김연철군(15·가명·서울S전수학교 입학예정)등 2명을 쇠「파이프」로 때리고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중상을 입은 두 학생은「세브란스」병원과 구로병원에 입원했으나 이중 김석구군은 중태다.
십자성파 학생들은 사고를 저지른 뒤 시내 「버스」를 타고 도망하려다 출동한 경찰에 13명이 잡히고 두목 송군 등 3명은 달아났다.
경찰은 이들 13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십자성파 학생들은 부모들이 식당을 경영하거나 시장상인으로 중류이상의 생활을 하며 대부분 명동음악실이나 빵집 등에서 어울려 폭력「서클」을 만들었다.
중상을 입은 김석구군에 따르면 이날 하오1시50분쯤 친구 김연철군 등 3명을 광화문 근처에서 만나 얘기하던 중 십자성파 폭력배 16명이 나타나 『너희들이 고인돌이냐』며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김군을 공중전화 「박스」로 끌고가 「콜라」병 등으로 마구 때렸다고 십자성파의 유모군(17·서울D고1년)은 지난 15일 하오4시쯤 고인돌파의 폭력배 40여명이 자기관내인 서울 명동성당 부근에 나타나 자기친구 6명에게 폭행을 했다면서 이날 복수를 위해 광화문에 나가 김군 등을 때렸다고 말했다.
십자성파는 이날 하오1시쯤 서울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앞에서 길이1m쯤의 쇠「파이프」3개, 「주머니칼 3개, 몽둥이 10개, 「콜라」병 5개 등으로 무장, 명동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갔다.
이들은 불광동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고인돌파가 지난해 폭력배 소탕이후 광화문·명동 일대까지 세력을 확장하려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싸움을 벌인 것.
십자성파는 고교생·재수생·공원을 중심으로 2년 전 만든 10대 폭력단으로 지난해 폭력배소탕으로 숨어 있다가 올 들어 다시 대원을 모아 현재 18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월요일∼토요일은 화끈히 일하고 공부하며 일요일만은 화끈히 놀자』는 행동강령을 내걸고 있다.
이들이 편싸움을 벌인 광화문시내 「버스」정류장은 육교를 사이에 두고 바로 신문노 파출소와 마주보고 있는 곳.
주변상인들은 『이곳에서 거의 매일 학생편 싸움이 벌어진다』고 말하고『이제는 싸움이 나도 아예 경찰에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싸움 현장을 목격한 「레코드」가게 종업원 이은왕 양(24)은 『길바닥에「사이다」병이 깨지면서 구르는 것을 보고 또 학생들이 편싸움을 벌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면서『하도 싸움이 많아 내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레코드」가게 옆집인 의류상주인 김개술씨(34)는 『학생들이 싸움을 벌이려고 할 때면 주변가게들도 아예 「셔터」문을 내리고 가게 앞 공중전화 「박스」는 학생들이 편싸움을 벌일 때마다 유리를 깨 무기로 쓰는 바람에 성할 날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해가 질 무렵이면 사복을 한 학생들이 20∼30명씩 나타나고 이들이 싸울 때는 행인은 물론 길가에 서있는 경찰관이나 방범대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신문노 파출소 소장 김태암 경사(46)는 『입시학원들이 몰려있을 때부터 광화문의 학생편싸움이 잦았으며 올 들어서 만도 편싸움한 학생 30명 가량을 붙잡아 본서로 넘겼는데도 학생폭력이 그칠 날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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