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소식 감감…"백제문화권 종합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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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여=이창호·김주만 기자】부여·공주·논산·청양·보령 충남의 5개 군과 전북 철산 등 옛 백제문화권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당국의 계획이 완성된지 1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현지 주민들이 개발사업의 조기착수를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 개발계획은 60년대 초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문화권 개발계획과 함께 거론되었으나 그 동안 한려수도·제주도·강원도 등의 개발에 밀려오다 지난 79년 말 측량 및 조사사업 등을 마쳐「마스터·플랜」이 마련됐다. 그러나 문공부 문화재 관리국 등 일부 소관부처만이 계획을 시행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계획들이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실제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부여 등지에서는 지역사회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자체적인 개발안까지 마련, 정부 당국에 건의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읍·군민들을 상대로 정부 각계에 보내는 청원서의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등 종합개발의 조기착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8년 말 백제의 고도 부여를 중심으로 한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을 본격화, 79년12월까지 측량·조사 등을 마친 뒤「특정지역 종합개발 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1차 계획안을 완성했다.
이 개발안은 부여·공주 등 백제문화권지역을 종합관광지로 개발하고 이를 위해 공주∼부여∼철산 등지를 잇는 체계적인 관광망을 형성하며 문화유적지 복원·관광자원개발 등을 그 목표로 하고있다.
정부는 이를 위한 세부계획으로 ▲공주∼부여간 개발축을 형성, 공주∼부여∼익산∼논산 등을 잇는 관광순환도로의 개설 ▲부여에 집단시설지구개발 ▲계룡산 갑사주변에 관광휴양지개발 ▲비포장 국·지방도 포장 ▲수로활용을 위한 곰나루·구드레 지구 하류 담수보 설치 ▲송산리 고분유적공원 조성 등 6개 대단위사업을 마련, 오는 86년까지를 중간 목표 연도(1단계), 91년까지를 최종 목표 연도(2단계)로 한 최종 개발안을 수립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종합개발계획이 세워진지 1년이 지난 현재 공주 공산성·송산리 고분·부여부소산성·익산강화사지 등의 보수정화 및 발굴 작업등을 시작했을 뿐 도로개설 등 기반조성사업과 관광단지조성 등 개발계획의 기반이 되는 사업은 예산이 부족해 착수조차하지 못하고 있다.
최종 개발안이 마련된 직후인 지난해 초 금강 하류 부소산남쪽의 백제대교 입구∼구드레 지역의 전답 15만5천5백평을 종합관광단지로 조성키 위한 재측량 사업을 하고 이곳에「호텔」·여관 등 숙박시설과 야영장·주차장 등 공공시설의 부지선정 등 구체적 설계안을 마련했으나 이의 시행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치 못해 시공은 물론, 토지매수와 민자유치 등에도 손을 대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구드레 지역은 종합개발지구로 묶였다는 소문과 함께 오래 전부터 토지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곳 토지소유자들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더구나 부여읍내의 경우 군 당국이 소규모 사적관광지까지 훼손된 부분에 대한 복원사업을 종합개발착수시기로 미루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있는 실정.
부여읍 동남리 마산 부락에 있는 사적관광지 궁남지의 경우 못 한가운데 포용정으로 통하는 폭2m의 무지개형 나무다리가 3년 전 썩어 무너져 내렸는데도『종합개발 착수 때에 새로 만든다』는 이유로 흉한 몰골을 한 채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종합개발계획은 이처럼 오랫동안 소문만 난 채 전혀 진척이 되지 않아 군 당국에서조차 『언제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될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종합개발이 소문에 비해 그 시행이 늦어지고 있자 부여 사적연구회 임병고씨(44)는『60년대 초 신라문화권 개발계획 때부터 거론되어온 백제권 개발계획이 그 동안 한려수도·제주도·강원도 등지에 우선권을 빼앗겨왔다』면서『종합 개발안이 확정된 이후에도 시행을 그처럼 늦추고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경주 개발 당시 문화재 발굴 및 보수작업과 각종 대규모 토목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바람에 오늘날 문화도시로서의 제 모습을 잃게됐다』면서『이 같은「경주개발의 우」를 거울 삼아 먼저 충분한 문화재 발굴 작업 등을 거친 뒤 도로·단지조성사업 등을 마련할 장기적인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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