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동성명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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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결과를 두고 조야에 만족과 안도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치·경제등각분야에도 그것이 긍정적인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또 정부가 정상회담의 성과를 분석하여 외교·경제등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있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정상회담의 결과를 문서화한 공동성명은 양국관계에 관한 「원칙」과 「정신」을 주로 반영한 고차원의 합의라는 점에서 이「원칙」과「정신」을 구체화해나가고 현실적으로 적용해나가는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공동성명은 「결과」 가 아니라 「시작」 이다.
오히려 구체화와 현실적용의 과정에서 원칙과 정신이 잘 반영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모처럼 두나라 국민의 같은 축복속에 탄생된 공동성명의 성패도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좋을 것이다.
따라서 전두환대통령의 방미결과를 분야별로 세밀히 검토하여 이를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은 시급히 착수돼야한다.
그런 노력은 공동성명의 합의에 따라 곧 열릴 한미안보협의회를 비롯한한미경제협의회·정책협의회등을준비하는 형식으로 1차적으로는 나타나겠지만 단순히 현안의 타결이나 의제의 합의로만 만족해서는 안되겠다.
예컨대 금년도 안보협의회에서 우리측이 설정한 안보협력의 「수준」 이 충족되는것으로 만족할 일이 아니라 공동성명이 차원높게 함께 인식하고 있는 한반도의 전세적 중요성,대한공약의 준수,대북한정책의 동일보조등과 같은 제명제롤 지속적으로 장기적으로 한미두나라가 함께 추구해나가는 노력이 확립돼야겠고 이번에 타결할 안보협력의 「수준」역시 이런 안목에서 설정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미관계의 점진적인 심화,또는 내실화의 확대라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이 이번 기회에 짜여져야한다. 관계심화를 위해서는 물론 미행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도 중요하지만 미행정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회와 여론역시 한국을 보다 깊이 이해할수 있게 하는 노력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경제문제를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비근한 예로 신발류수입제한이 현안이라 하여 그것을 만족할만한 양까지 확보하는 것으로 양국정상이 희망한 바람직한 「경제관계의 확대」 라는 명제가 다 충족되는 것은 결코아니다. 규모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호혜성과「파트너십」의 확대가 더욱중요하며,양국의 경제확대로 인한 혜택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중요한 이익이 되는 한국의 안보이익과도 직결된다는 인식의 확대가 따라야 한다.
정상회담의 결과로 조성된 새로운국제적인 여건의 활용에 있어서도 일시적인 분위기의 호전으로만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눈에 띄게 달라진 일본의 대한자세를 앞으로 예상되는 한일정상회담· 각료회담등에서 구체화하고 정착시켜 나갈 장·단기정책을 가져야 한다.
서구나 제3세계로부터 느껴지는 새로운 대한시각도 우리외교의 새활력으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동맹외상회의에서 북괴가 한반도문제를 거론치말도록 요청한데서도 느껴지는 정세호전을 지속화하여 마침내는 대비동맹외교에서 북괴를 압도할 능력과 정책이 빨리 나와야겠다.
결론적으로 말해,이번에 얻은 귀중한 방미성과나 공동성명을 명분만있고 실리는 없는,구두나 문서로만존재하는 것이 되지않도록 그 내용을 지속화하고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도 바로 이 문제에 착안하여 곧 관계관회의를 가지는등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모처럼 귀중한 기회와 여건을 맞아 이제야말로 정부는 최대한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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