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수창 사표수리, 법무부의 '꼬리 자르기' 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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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무부가 음란행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수창 제주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앞서 김 검사장은 “검사장으로서의 신분이 경찰 수사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자청하겠다”며 사의를 밝힌 바 있다. 김 검사장의 뜻에 따라 의원면직(依願免職) 처분한 것이다. 법무부는 의원 면직 처리한 이유에 대해 김 검사장의 행위가 단순한 경범죄로 경징계 사안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사표 수리는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 우선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공직자의 비위 행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일 때는 의원면직을 제한하게 돼 있다. 아직 김 검사장은 혐의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일단 보직에서 해임한 후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외부인사들이 참여한 감찰위원회에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했어야 한다. 의원면직은 퇴직금·연금 수령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징계면직과 달리 바로 변호사 개업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김 검사장을 지나치게 배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경찰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경징계로 예단한 것도 문제다. 공연음란혐의 자체는 경범죄라고 해도 김 검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동생 이름을 거짓으로 대는 등 한 지역의 법질서를 책임지는 지검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 그는 운전기사를 통해 경찰에 진술서를 넘기려 했다가 기사가 경찰관에 폭언을 한 혐의(모욕)로 입건되기도 했다. 따라서 정식 징계절차를 밟으면 이 모든 행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무거운 징계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김 검사장의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의 신뢰는 또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김 검사장은 검찰의 비리 조사를 담당하는 대검 감찰1과장을 지냈으며 김광준 전 검사 뇌물수수 사건 때 특임검사를 맡기도 했던 상징적인 인물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조직 전체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해 원칙대로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꼬리 자르기’ 또는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