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극단설 무대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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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동·청소년들의 정서와 언어교육에 기여해왔을 뿐 아니라 연극인구의 저변확대에도 한몫을 해온 아동 및 청소년 극단들이 전용극장하나 확보되어 있지 않은데다 운영난까지 겹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 아동극단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62년「드라머·센터」를 중심으로 아동극연구회가 창설되면서부터.
아동극연구회는 64년 아동극협회로 정식 발족했고 79년 회원단체의 폭을 넓혀 한국청소년연극협회로 개칭,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소속단체는 모두 12개.
이중 아동극단은 「새들」(대표 이성) 「꽃사슴」(대표 신일성) 「딱다구리」(대표 차순 일)등 세 단체이며, 청소년극단은 「은하수」(대표 박용천)「신연」(대표 박만순)「백조」(대표 박용훈) 「물레방아」(대표 박기선)「혜성」(대표 정일택)「예원」(대표 강남종)「대일」(손영현)「문예극장」등 9개에 이른다.
이밖에 지방극단으로는 대전에 「엘리자베스」어린이극단이 활동중이며 부산·대구·수원 등지에도 올해 안으로 청소년극단이 창단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렇듯 적지 않은 극단 수에 비해 실제 공연회수나 공연내용은 아직도 보잘것없는 실정. 지난해의 경우 11단체가 모두 14회 공연을 가졌을 뿐인데, 이나마 5개 단체의 합동공연을 빼고 나면 6단체가 겨우 한번씩의 무대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이들 극단의 공연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동극 전용무대가 한군데도 없어 공연장을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이다.
아동극은 성인연극과 달리 무대장치·조명·의상·효과 등으로 아동관객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큰 무대가 필요한데. 여러 가지 여건이 그나마 들어맞는 장소가 세종문화회관 별관. 그러나 이 장소마저 정부 및 사회단체행사, 성인극단들에 우선권을 빼앗겨 1년에 겨우 30일 정도가 아동극단에 돌아오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어린이극장인 어린이대공원안의 「무지개극장」은 대관이 어렵고 교통이 불편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고 보면 10여 단체가 세종문화회관별관의 30일을 쪼개 써야하는 형편. 이렇듯 부족한 공연장 사정은 공연운영이나 내용에도 심각한 여파를 몰고 오기 일쑤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루 3∼4회 공연이라는 무리한 강행군이다. 성인에게도 하루2회 이상은 힘겹다는 무대작업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하루3∼4회씩이나 강행시킨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말도 안되는 처사인데, 이것이 다 공연장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게 아동극단측의 변명이다.
또 하나 아동극공연을 둘러싼 잡음은 일부극단이 공연참가를 시켜준다는 이유로 어린이회원을 모집, 적지 않은 회비를 받고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청소년연극협회 회장이자 20년간「새들」아동극단을 이끌어온 이성씨(방송작가)는 『아동극계의 숙원인 청소년 전용극장이 마련되는 대로 극단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힌다.
청소년연극협회는 올해 안으로 청소년 전용극장을 건립하겠다는 목표아래 지난해11월 문공부와 총리실 등을 찾아 건의문을 돌렸고 모금공연도 몇 차례 마련할 계획인데 정부의 재정지원이 어느 정도로 실현될지는 미지수.
아동극의 전성기였던 60년대 초반에 비해 「양과 질」이 모두 후퇴해버린 우리 아동극계가 소생하려면 정부의 과감한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게 뜻있는 아동극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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