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한 컬러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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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컬러」TV가 방영된지도 벌써 2개월이 가까와 온다.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컬러」TV가 없으면 그만큼 위축된다. 이웃집 옥상에 흑백 TV「안테나」대신 거대한 「컬러」TV「안테나」가 설치되면 나는 또 한번 곤혹을 치러야 한다.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 집이 남보다 못하면 무조건 부모들이 무능한 것으로 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말하고 또 행동한다.
「컬러」 TV가 방영되고부터 이제까지 나는 거짓말장이가 되어왔다. 「컬러」TV를 사자고 조를 때마다 나는 임기응변으로 미루어 왔었다.
애들은 날이 갈수록 기가 죽어갔다. 이웃집에 가서「컬러」로 방영된 어린이「프로」를 보고논 날은 더 성화다. 그 때마다 나는 애들에게 무슨 죄를 지은 느낌이 든다. 애들을 두고있는 부모들로서「컬러」TV를 사주지 못한 부모들의 마음은 다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4세 짜리 막내가 TV화면에다 온통 빨간「크레파스」를 칠해놓지 않았는가. 그러면「컬러」TV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컬러」TV가 얼마나 보고싶으면 TV에 색칠까지 했을까 생각하니 부모의 몫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서글프기까지 했다.
한 때는 신문의「텔리비전」「프로」소개에서 까지 온통「컬러」방영이라고 표시되더니 이제는 사람들의 옷 색깔까지도「컬러」TV의 영향을 받아 화려해 지고 거기다가「스포츠·팀」들의「유니폼」까지 원색으로 호화로와 진다고「매스컴」에서 까지 무슨 신바람이라도 난 것처럼 야단법석이다.
그런 것들은「컬러」TV가 없는 부모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시대를 바꿔놓은「컬러」TV는 우리 서민층 부모들의 마음까지 바꿔놓고 있다.(서울 관악구 봉천1동430의17호)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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