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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후 탈락감안"안전제일 지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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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 지원자는 예상외로 적었다. 특별전형으로 입학하는 경영대·공대·농대 및 체육과의 동일계와 음대 국악과·미대 조소과 여자부문은 정원에 미달했다. 서울대 당국이나 일선 고교 교사들은 당초 서울대에 고득점자가 대거 집중돼 경쟁률이 3대1정도는 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처럼 예상외의 낮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올해정원이 크게 늘어났고 본고사가 폐지된데다 후기 종합대학이 없고 입학후의 중도 탈락을 고려, 자신의 성적보다 한단계 낮춰 안전의주로 지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특히 올해 국립대학의 등록금 대폭인상과 과외금지 조치 등으로 많은 지방출신 예시고 득점 수험생들이 장학금 제도가 잘 돼있는 사립대학이나 하숙비 걱정이 적은 향토소재 지방대학을 지망하기 때문에 서울대의 경쟁률이 더욱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의 등록금은 올해 신입생의 경우 사립대학 수준과 거의 비슷하다. 이에 비해 많은 사립대학들은 올부터 생활비까지 지출하는「풀·스칼러십」제를 도입, 경제적 곤란을 느끼는 고득점 수험생들을 유치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떻든 계열 또는 학과간 복수지원까지 허용했는데도 유례없이 경쟁률이 낮아진 것은 수험생들이 지나칠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수험생들은 턱걸이로 합격할 경우 중도탈락 대상 30%에 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커트·라인」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던 법대 경쟁률이 지난해 4·2대1에서 1·4대1로 떨어졌다. 경영대·사회대·인문대 등의 경쟁률도 지난해의 절반으로 둔화됐다.
특히 정원의 10%범위 안에서 특별전형으로 입학을 허용하는 동일계는 모두 정원미달 현상을 빚고 있다. 입학 때와는 달리 탈락자 사정에서는 특별전형이 없기 때문에 입학하고 난 뒤의 경쟁을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수험생들의 지망경향 변화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수험생들은 ○○대학보다는 △△계열 또는 ××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이 일선교사의 분석이다. 즉 계열이나 학파를 먼저 선택한 뒤 자신의 점수에 맞는 대학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 26일 면접에 응시할 실제지원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우선 경쟁률이 비교적 높은 학과 수험생의 상당수는 미리 복수 지망한 다른 학과 또는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다시 말해 복수지원에 의한 허수 경쟁률까지 감안한 최종 경쟁률은 1대1에 가까운 학과가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서울대에서 보여준 수험생들의 이같은 신중한 선택 경향은 19일부터 원서를 받는 타 대학에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수험생이 자신의 점수를 놓고 안전 합격권에 드는 대학을 찾게 되면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내의 합격자 점수 격차가 줄어들고 따라서「커트· 라인」은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대의「커트·라인」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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