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의 만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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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이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정치의 목표도, 경제의 목적도 문화적 지향도 결국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커다란 테두리속에 수감된다.
그 인간의 행복은 물질적인 혹은 물질적인 충족에서만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복은 오히려 정신적인 만족에서 획득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만족은 고도로 차원 높은 종교적 안심입명의 경지라든가 개인을 몰락하는 자기헌신의 귀의감속에서 얻어지는 성스런 체험이 흔히 생각된다.
그러나 그 보다도 생활의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체험되는 행복감처럼 값진 것은 없어 보인다.
직장에 나가 일하든가, 노동판에서 날품팔이 일으 한다든가,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하는 일이 모두 우리 사회생활의 현장이며 동시에 삶의 영위수단도 된다.
일 즉 노동은 「경제적 목적에 따른 노력」이라는 정의로 설명되지만 그 의미속에는 인간이 결코 동물처럼 자연에 종속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실현하려고 자연을 변환시킨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 인간의 의지로 해서 「일」은 그저 생계수단에 그치지않는 희망의 증거를 갖는다.
거기서 「일」은 그저 생계를 돕는다는 경제적효용 이외에 「일 그자체」가 가져다주는 행복의 보증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까 일에 대해 사람이 얼마만큼 만족을 느끼는가 하는것은 그 일자체의 가치를 높이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될밖에 없다.
최근 경제기획원이 한국의 사회지표작성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실시한 전국적인 조사에서 「일에 대한 만족도」로 나타난 결과를 보고 관심을 갖게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사결과 일에 대한 만족도는「도시」의 「학력이 높은」 「남자」 「전문직」종사자들이 가장 높고 읍면지역의 학력이 낮은 여자 「서비스」 생산직종사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취업자 3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교육을 비교적 더많이 받아 사회적으로 혜택을 더 많이 받을수 있는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일에 대한 만족도도 답연히 높으리라고 생각되는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한 도시의 전문기술직·행정관리직·사무직종사자들이 다른 직종의 사람들 보다 우선 사회적으로 더 많은 인정을 받으며, 좋은 작업환경에서 일하여 성취감을 더얻을 것이니까 만족감을 더 많이 얻으리라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 당연하다 할것이다.
그러니까 일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인자가 이미 미리 결정돼 있는 연고로 해서 사회의 제문제가 발생한다는 관점이 성립된다.
농촌이나 읍면지역의 농수산직·생산직에 만족할수 없는 때문에 도시집중현상이 발생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고등교육을 받아야 전문기술직·행정관리직 종사를 할수 있게되니 대학의 문이 미어진다.
비인간적 작업환경에서 저임에 시달리는데 생산성이 높아질리 없고 품질이 향상될 수 없으니 노동문제·저품질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볼때 우리사회의 갖가지 고질적 문제들은 한마디로 「만족감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할수 있다. 도농의 지역간, 남녀간, 학력간, 소득간, 직업직무간의 갖가지 격절과 불균형에서 불화와 갈등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물론 직업인이 자기의 업무에 충실하여 업무의 성과를 높임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존재이유와 자기 업무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만족감을 높이는 개인적 노력도 필요하다.
거기에 덧붙여 사회 계층간의 「만족감의 불균형」을 타개하여 사회기반의 가치정향을 제고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니만큼 이런 기초자료를 조사입수한 정부로서는 앞으로 「만족감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경주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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