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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독백 안 되려면 다른 사람 받아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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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일 대전 가톨릭대학교 구내식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에 온 각국의 젊은이들과 만났다. 맨 오른쪽은 가수 보아. [대전 로이터=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충남 해미순교성지 소성당에서 열린 아시아주교단과의 만남에서 ‘공감’에 방점을 찍었다. 교황은 “진정한 대화는 공감(empathy)하는 능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소통 방식도 제시했다. “공감하고 진지한 자세로 수용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의식하고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이다.” 이어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시아주교단과 만나는 첫 장면부터 그는 ‘소통’을 향했다. 교황은 제단 아래로 성큼 내려왔다. 주교들과 같은 눈높이가 되자 비로소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 도중 연설대가 ‘쿵’하고 무너졌다. 그는 “내 연설이 무너졌다”고 농담했다. 주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공감의 순간이었다. 분위기는 부드럽고 메시지는 묵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대방이 하는 말만 들어선 안 된다.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해오는 그들의 경험·희망·소망·고난과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걱정까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이 주교들에게 주문하는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이었다. 소통이 목마른 대한민국에는 공감하고, 공감하고, 또 공감하라는 교황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여기서부터 교황은 원고 없이 즉석 연설을 이어갔다. 15일 아시아 청년들과 만날 때도 원고를 치우고 즉석 연설을 했었다. “마음을 닫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 대화는 ‘우리 집에 오라. 내게 오라’는 거다.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라는 거다. 무엇을 위해서? 내가 듣기 위해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걸 열어서 볼 수 있다.” 교황은 이 말을 하며 심장이 있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갖다 댔다. 아시아 주교들을 향해 “당신의 양들을 잘 알고 모든 양 하나 하나를 사랑하는 목자”가 돼 달라고 기도했다.

 앞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100만 인파를 향해 교황은 시복미사 강론에서 ‘사랑의 힘’을 강조했다. “순교자들의 승리, 그건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이라며 “당대의 엄격한 사회구조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중 계명을 분리시켰는데 (순교자들은)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해미읍성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엔 대통령 전용 열차를 타고 귀가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강한 바람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안전을 생각해 기차를 택했다”며 “짧은 기차였지만 매우 편안하게 돌아왔다”고 했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사진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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