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에게도 KTX 제값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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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을 방문할 때 고속철도(KTX)를 탄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황 관련 KTX 궁금증이 온ㆍ오프라인에 떠돌고 있다. “승차감은 어땠을까”, “교황은 왜 창가 쪽 자리에 앉지 않았나”와 같은 질문도 나온다. 이 같은 문의 중 하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교황에게 실제 요금을 받았는지 여부다. 코레일은 실제 교황 또는 교황청에서 요금을 받았을까. 요금을 받았다면 얼마나 할인해줬을까. 복수의 코레일 관계자에 따르면 그 대답은 “제값을 받았다”다. 이들 관계자에 따르면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사전에 KTX 특실 두 칸을 미리 예매했다. 날씨가 나빠 헬리콥터가 날지 못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준비위가 예약한 특실 두 칸의 좌석 수는 70개다. 서울~대전 구간 KTX의 공휴일 특실 요금은 3만3200원이니까, 준비위는 232만4000원어치의 좌석을 예매해둔 것이다. 코레일은 전세열차 할인 규정에 따라 운임 10%를 깎아줬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열차 한 칸 좌석 모두를 예매하면 10%를 깎아준다. 이에 준비위는 실제 209만1600원을 낸 셈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그동안 국빈 방문 VIP 인사가 우리 열차를 이용한 사례를 찾지 못해, 우리도 어떻게 의전을 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할 수 없이 원칙대로 요금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황께 특별히 요금 혜택을 드리진 못했지만, 회사 내에서 최고 평가를 받는 기관사에게 이날 열차 운전을 맡기는 등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며 “교황도 만족스러워 하신 것으로 보도가 나와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역에서 교황을 만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교황에게 “‘코레일 열차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코레일 관계자는 “이 같은 말은 정상 요금을 내고 탄 이용고객에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헬기 못 뜨게 어젯밤 구름을 불러온 사장님이군요”라는 농담을 건넸다고 최 사장은 전했다.
세종=최선욱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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