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택, 과욕 말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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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먼저 12년 동안의 형설의 공을 쌓고 대학입학 예비고사의 관문을 통과한 수험생 여러분의 노고를 위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본고사의 폐지와 50%이상의 예시 성적반영, 내신성적, 출석상황의 점수와, 졸업정원제의 채택, 군 입대 연령의 하향조정, 후기 종합대학의 전기전환 등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맞이한 첫 해인 올해는 예비고사 합격까지의 끈기와 노력도 중요한 것이었지만 예시점수와 내신성적이 결정된 후인 지금부터 대학입시를 위한 면접고사를 치르는 날까지가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하고 점수관리를 잘해야할 때다.
얼핏보아 이른바 일류대학의 정원이 크게 늘어나고 대학 등록금의 대폭 인상과 얻기 어려운 대학생「아르바이트」등이 지방 학생들의 서울집중 현상을 억제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작년보다 대학진학이 훨씬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대학진학 지망자의 자연 증가와 이른바 평준화 방침이 아직 실시되지 않은 지방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생각만큼 그렇게 쉬워진 것만도 아닌 것이다.
우선 자기가 얻은 점수를 놓고 전국과 자기가 지원하려는 시·도에서 차지하고있는 서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그 수의 1·3배 정도에 해당하는 자기가 원하는 학과의 정원의 서열별 누계 숫자와 비슷한 대학의 학과를 골라야 할 것이다.
지금 일선 고등학교마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사정표를 만들고 있고 몇몇 입시 전문 기관에서 사정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상위「그룹」에 해당하는 몇몇 학교는 문제가 덜 되겠으나 중·하위권에 속하는 학교는 학교와 학과의 서열이 결정되지 않아 상당한 혼전이 예상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후기 대학별·학과별 서열이 대충 틀이 잡혀 있었으나 후기대학이 대거 전기로 전환돼 옴에 따라 학교·학과별 서열 결정에 혼란이 예상되고 그런 상태에서 학생들이 학교와 학과를 선택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과 고충을 부담하게 된다.
또 복수지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여러 군데 입시원서를 접수시켜 놓고(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우왕좌왕 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할 우려가 더 많을 것이다.
학생의 성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담임교사와 함께 예시성적·내신성적 (자기가 지원하려는 대학의 대신성적 반영률에 따른 가감되는 점수확인)·출석 등급 등을 감안, 상의해 합격 가능성이 90%이상인 안정권에 1차 지망을 하고 80%정도의 선에 예비지원을 해놓은 후 접수 상황과 정보 등을 분석, 최종적으로 지원학교를 결정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이다.
요행히 무리하게 지원한 학교에 합격된다 하더라도 입학 정원의 30%가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재학 4년 동안 어느 학년 중에 탈락되게 마련이므로 오히려 더 큰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고러해야만 할 것이다. 더구나 올해부터 징집 연령이 낮아져 입시에 실패하거나 중도에 탈락하면 바로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선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해서 거기에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신이 될 것이다. 자기가 받아놓은 예시점수와 내신성적은 이제는 어쩔 수 없으니 무리한 욕심은 통할 리가 없다. 그 성취업적에 알맞는 방향을 모색, 결정하는 길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점수는 높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크게 늘어난 장학제도에 눈을 돌려본다든지, 지방대학 가운데 자기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보는 일, 미리부터 전문대학을 택해 유능한 기능인의 길을 택함으로써 유능한 기능인의 길을 걸어보는 것 등 현명하게 대처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학력이나 학벌보다는 사람 개개인의 능력이나 기능이 우위로 평가받을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무리하게 힘겨운 학교나 학과에 집착한다든지, 별 효과도 없는 재수를 하느라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일은 추방해야할 구습인 것이다.
남의 얘기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항상 결정은 충분한 여유를 두고 자신이 해야지 우왕좌왕하다 시간에 쫓겨 졸속에 빠지는 결과는 후회스럽기 마련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수험생들, 수험생들을 두고 노심초사하시는 학부모님들, 부디 현명한 결정을 내려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희망찬 새 출발을 해주기 바라마지 않는다. 황영석 <용역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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