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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설원에|꿈은 불꽃처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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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끝없이 펼쳐진 은백의 설원을 난다. 흰 눈이 뒤덮인 대관령 산허리를 휘감아 돌며 바람을 타고 질주하는「스피드」의 경쾌한 쾌감.
잠시 숨을 멈춘 준령 위에「스틱」으로 버티고 서면 남녀 대학생들의 밝은 웃음과 패기에 찬 함성이 메아리친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스키」장.
울긋불긋한「스키어」복에「스틱」을 힘차게 지치는 1백여명의 젊음이 눈밭에 허들지게 어울린다.
이들은 겨울방학을 이용, 겨울「스포츠」의 꽃인「스키」를 배우러 온 대학생들.
단국대「스키」강습생 70명을 비롯, 이대(25명)·숙대(12명)·고대(7명) 등 대학「스키」부원 44명은「스키」강습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대자연의 품에 안겨 인생과 자연의 조화를 배운다.
대학생「스키어」들의 일과는「스키」훈련과 강습에 치우치지만「위트」와 해학으로 번뜩이는 젊음의 언어들을 서로 나누고 산장에 모닥불을 피우고 통「기타」반주에「팝송」을 즐기는 청바지 문화의 남만도 빠뜨리지 않는다.
용평「스키」장에서 10리(4km) 남짓 떨어진 장계리.
3백여 농가가 몰려있는 이 한촌에 함박눈이 쏟아지면 대학생「스키어」들이 민박하러 몰려든다. 마치 서울 신촌 앞 대학촌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이들은 눈밭에서 가마니를 둘러쳐 만든 간이 다방과 식당에서 오랜 친구처럼 쉽게 어울린다.
「스키어」촌의 새벽6시. 설원의 세찬 바람소리에 잠을 깨면 눈밭에서 아침체조와 구보로 심신을 단련한다. 상오10시부터 한나절 눈밭을 달리고 나면 젊음이 넘치는 몸도 나른한 법.
짧은 겨울 해가 쉬 넘어가기 전에 민박하는 부락으로 달리며 밤사이 벌일 축제에 가슴 설렌다.
하오8시. 단국대「스키」강습소 강당에서 열린 대학생들의 오락시간.『눈 덮인 산이 있기에 팔도 겨울 사나이들이 모였다』 -.
사회를 맡은 김종민군(22·고대3년)의 유창한 달변에『와르르』터지는 박수소리….
이어서 통「기타」의 선율이 울리면 골라잡아 한 곡조씩 뽑는 명창에「엘비스·프레슬리」가 울고 간다. 지난 6일부터 25일간 예정으로「트레이닝」을 시작한 숙명여대「스키」부원 12명은 1년 동안 각각「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긴 수입을 매달8천원씩 꼬박꼬박 저축한돈 50만원으로 25일간 민박을 계약했다. 한사람의 1일 평균 경비는 2천원 골. 「스키」경비를 마련한 억척「스키어」들. 숙박비·「스키」장 사용료 등의 필수경비 외에는 일체 지출을 줄이고 바가지 상흔과도 극성스럽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스키」부 주장 김연숙양(23·체육과3년)은『여름철 해수욕장에서 드는 비용정도면 「스키」장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며「스키」가 소문처럼 사치스런「스포츠」가 아니라고 했다.
순백의 설원에 어둠이 내리면 젊음의 꿈과 남만이 불꽃이 되어 타오르는「캠프·파이어」가 시작된다.『가나다라마바사아- 으하으하 웃자』-.
흥겨운 통「기타」 소리에 흥을 한껏 돋우면 현실과 이상의 마찰이 빚는 젊은 지성의 아픔도 보다 큰 꿈으로 승화된다. <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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