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교사 이성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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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버님 생신에도 못 가볼 정도로 80년을 바쁘게 보냈던 이성중 교사(29)-.
그래서 전국 과학전에서 대통령상을 타게 된 금년은 그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한해인지도 모른다.
『부끄럽습니다』-벽지중학교 미혼 교사의 첫마디다.
이 교사가 느지막이 대학을 마치고 객지인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청운중학교에 첫 교직 발령을 받은 것은 올 3월15일.
이때부터 이 교사의 「맨발의 달음박질」은 시작되었다.
5월부터 4개월 동안은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밤1l시까지 교재 준비와 연구에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작품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 위해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서울 청계천 부속상을 오간 것만도 수십회였다. 결국은 출품작품 제작에 몰두하다 위염까지 앓아 몸무게가 4㎏이나 줄었다.
이 교사가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은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파동 실험장치.
지난 9월 상을 받고 나서도 이 교사는 영 일이 없었다.
마산·제천 등지의 지방순회 전시회와 TV녹화 등이 계속됐다.
이달 들어서도 11일 교육 TV녹화, 12일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주최 특별강연, 13일 수원 경기도 교육위원회 표창식 등에 나가야 했다.
『지난번 상금으로 받은 2백만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레이저」연구에 전념하면서 교직을 지키겠다』는 이 교사의 모습에서 한 과학도의 끈질긴 집념을 읽을 수 있었다. <글 장재열 기자 사진 이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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