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서도 묵묵히 「인륜」을 다한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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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형식<여·38 서울 관악구 봉천동 222의2>
60년 고교졸업반 때 부친의 사업실패로 진학을 포기하고 부모 몰래 가정부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씨의 고난은 시작됐다.
가정부로 5식구의 가장노릇을 하면서도 이씨는 62년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으나 발령 3일전 단칸방이던 서울 군자동 집 마저 불의의 화재로 불타버리고 이 충격 속에서 부친은 병고에 빠져들었다.
「텐트」생활 8개월에 사글세방을 전전하기 10년. 부친 약 값에, 동생들 학비 때문에 낮에는 근무지(시립영아원)에서 뛰었고 밤에는 부업으로 제사용 밤을 깎으면서 눈이 붓도록 일했다.
그런 노력으로 남동생 2명을 대학까지 보내기도 했으나 71년에는 뜻하지 않게 모친마저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대소변을 받아내고 새벽길에 약수를 떠다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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